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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희연 작가 Feb 04. 2019

나는 네편 넌 내편. 아무리 추워도 따뜻할거야

차희연의 심리톡톡

#차희연작가만세

한 여성이 이미 친구가 된 과거의 연인을 소개하면서 말했다


“추운 겨울 날 꽁꽁 얼어 있는 내 손을 너무나 따뜻한 손으로 잡아주는 느낌이었어.”


이혼을 하고 홀로서기를 할 무렵 만난 남자였다.

자신이 무엇을 하던 항상 자기 편이었던 남자와 재혼을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남자와 남자의 가족은 독일로 이민을 갔고,

한국에서 포기할 것이 많았기 때문에 결혼을 포기했다.

지금도 그 남자를 생각하면 추운 겨울날 따뜻한 난로 옆에서 몸을 녹이는 것 같은 기분을 만들어주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평생 살면서 이렇게 따뜻하게 우리의 편에

서 있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단 한명이라도 무조건적인 내 편을 만들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꽃길을 걸으면 좋겠지만 인생이 어디 그렇게 놔둘까.

힘든 일을 겪으면 더 힘든 일이 닥치고,

그 힘든 일을 극복하고 나면 더 힘든 일이 닥치기 마련이다.

꽃길만 걸었을 것 같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다.


오리가 고상하게 물 위에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물 아래에서 발길질을 세차게 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날은 세찬 비바람을 맞아야 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너무나 춥디추운 칼바람을 맞아야 하기도 한다.

인생이 너무나 춥고 세찬 비바람과 칼바람이 불어오더라도 따뜻한 손이 내 손만 잡아주더라도 버티고 이길 수 있는 용기가 생기게 된다.

대단한 위로나 격려가 아니어도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단 한명만 있어도 온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겠는가.


우연히 신창원의 어린시절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신창원은 희대의 탈옥수로 1989년 9월 22살이었던 나이에 무기직역을 선고받은 범죄자이다.

1997년 복역중에 교도소 화장실의 쇠창살을 뜯고 탈옥에 성공한다.

수천만원의 현상금이 붙었고 헬기까지 동원한 수색작전까지 펼쳤지만 잡힐뻔한 그 상황에서도 다섯번이나 도망가는데 성공한다.

2년 6개월간의 도망자 생활을 하면서 100여건의 강도를 저지르면서도 기부를 하는 이중적인 모습과 잘생긴 외모로 신창원 신드롬까지 생겼었다.


신창원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엄마는 일찍 돌아가셔서 새엄마가 계셨다고 했다.

엄한 아버지와 따뜻하게 돌봐주지 않았던 새엄마로 인해서 마음 속에 분노가 많았었다고 고백했다.


엄한 아버지는 15살의 신창원이 수박서리를 하자 직접 파출소로 아들을 데려갔고

미성년자이던 신창원은 소년원에 보내졌다.

그 이후로 소년원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표창원이 방송에 나와서 희대의 탈주범인 신창원과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표창원은 경찰 중에서도 범죄자의 심리를 다루던 프로파일러이자 경찰대 교수 출신 국회의원이다.


그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범죄자 신창원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하면서 어린시절에 불우한 환경에서 느꼈던 두려움과 분노 등이 자신과 너무 닮아서 놀랐다고 했다.


표창원은 어린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부모님 사이의 불화를 보며 마음 속에 분노가 많았다고 했다.

사소한 일에도 친구들과 주먹다짐을 하기도 하고

어머니의 지갑을 훔치기도 했고,

패싸움을 하기도 하고 다투다가 칼을 휘두르기도 했다.

심지어 대학입시 학력고사 몇 개월 전에 사제 폭탄을 만들어 장난을 치려다가 다치기까지 했다.


*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가난한 가정 환경에 분노를 갖고 있던 표창원과 신창원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엄한 훈육으로 15살의 어린 신창원을 소년원에 보낸 아버지가 있었다면, 표창원에게는 사제폭탄으로 크게 다쳐서 입원했을 때 친구들이 경찰대학의 팸플릿을 가져다 주었다고 했다. 팸플릿을 보면서 어린시절 동경했던 셜록홈즈같은 탐정이 되어보고 싶었던 꿈이 살아난 것이다.


신창원이 검거가 되고 나서 한 말이 있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는 착한 놈이다’라고

머리 한번만 쓰다듬어 주었다면 여기까지 안 왔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새끼야, 돈 안 가져 왔는데 뭐 하러 학교에 와. 빨리 꺼져’ 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표창원은 신창원과 다르게 자신의 주변에 ‘천사들’이 있었다고 했다.

엄했던 아버지의 군대식 훈육으로 힘든 어린시절을 겪었지만 선생님과 동네 어르신, 친구 부모와 친구들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하와이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 중 북서쪽에 위치한

둘레 50Km정도의 카우아이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은 작고 오지인데다 3만명 밖에 안되는 섬 주민은

대대로 지독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고,

주민 대다수가 범죄자나 알코올 중독자들이 많았다.


1954년에 카우아이 섬 주민이 왜 불행한 인생을 사는지에 대한 종단연구를 시작했다.

1955년에 855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이들의 일생을 추적하는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들 중 201명은 가난한 부모와 이혼, 알코올 중독자부모 혹은 정신질환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연구진들은 이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대부분

사회 부적응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가정을 했다.


하지만 고위험군의 201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은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더 도덕적이고 성공한 삶을 살았다.

연구진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부모의 경제적인 지원이나 뒷바라지 없이 온갖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게된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진들은 이들에게서 단 한가지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들의 주변에는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아이들을 믿어주고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베풀어주던 단 한명의 ‘천사가’ 있었던 것이다.

부모 대신 조부모나 친척, 마을 주민이나 선생님이 그 역할을 해 주었던 것이다.

성공한 아이들 주변에서 발견된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는 단 한사람>의 존재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

같은 환경에서 자라도 한명은 경찰이 되고

다른 한명은 범죄자가 되었다.


신창원은 무기수로 복역중이지만 같은 이름의 표창원은 경찰관으로 시작해서 범죄심리학과 교수에서 현재는 국회의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저는 이 친구가 없었으면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꺼예요.”

“저도 이 친구가 없었으면 버틸 수 없었을 꺼예요.”


곧 제대를 하게 될 병장 계급의 군인 두 명이 나란히 앉아서 친구에 대해서 소개를 했다.

한 명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야만 했었다. 너무 팍팍한 현실에 자살시도도 할 정도로 삶이 힘들었었다.

입대를 하고도 힘든 일이 참 많았었다고 했다.

바로 옆에 앉아있는 동료가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말을 한다.


누군가가 내 옆에서 따뜻하게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을 만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다.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은 자신이 편한 상태이기 때문에 잡아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힘들지만 상대방과 함께 손을 잡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힘든 시기를 함께 버틸 수 있는 것 아닐까.

무조건적인 내편에게 무조건적인 네편이 되어줄 수 있다면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세상에단한사람 #내편 #네편 #한명만있어도 #세상은 #밝아지지않을까


글 차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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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희연 #차희연작가 #다음책 #집필중 #미리보기 #저작권있음 #퍼가기금지 #출판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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