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운전대를 잡으면…
늦잠을 잤다. 어떡하지? 20분을 늦게 일어났다. 순간 드는 생각은 ‘차를 끌고 가야지 뭐’ 였다. 아침 준비를 후다닥 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버스를 타고 역까지 갈까? 대충 시간을 따져보니, 일단 고속열차를 탈 수는 있지만 집앞에서 역까지 가는 버스는 20분 뒤에 온다. 이런! 5분 정도라면 기다릴 수 있지만… 이건 아니다.
어쩔 수 없다. 제 때에 도착할 수 없다는 생각에,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차 시동을 걸면서 본 시간은 7시 18분. 아! 시간은 야속하게 이렇게도 빨리 흐르는구나. 그러나 오늘 기어이 차를 끌고 막히는 도로에 서보니 드는 생각은, 차라리 열차를 탈걸 그랬나,였다. 열차역 주변 금싸라기 땅에 마련된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1급지라 엄청 비싸지만, 지각비라 생각하고…. 그나마 열차는 시간을 예측할 수 있으니, 지각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적절한 대중교통의 조합을 생각해낼 텐데 말이다. 혹은 언제 도착하겠다, 말이라도 하지.
차를 끌고 가서 지각할 때, 이럴 때 뭐라 말하지? 도로 사정 예측 불가하니, ‘팀장님 길 막히는 거 장담할 수가 없어요. 네비엔 8:50도착인데, 최대한 일찍 갈게요 ’ 이런 식이려나.
흘끔 네비를 보았다. 8시 50분에 도착한다고 한다. 아, 나를 초조하게 하는 네비게이션 덕분에 나는 마음이 마구 급해졌다. 길이 막히는 구간이 생각보다 일찍 시작되자, 운전대를 잡은 마음이 날카롭게 변하려고 하는 조짐이 보였다.
‘야야야! 끼어들지 마.‘
앞차가 끼어드는 것
용납할 수 없고!
‘저기 좀 비켜줄래.’
조금의 틈이 생기면
끼어들어 차선을 이래저래 변경하고!
‘바쁘다 바빠. 빨리 좀 가줄래.‘
앞차에 바짝 붙어서
최대속도를 내고!‘
이것이 지각할 듯한 때에 보이는 내 운전모습이었다. 쫄보여서 차선변경 거의 안 하고 비교적 속도 준수, 주행차로로 조심히 운전하는 내가.
평상시 지각은 거의 안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어쩌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날에 차를 끌고 가도 그동안 안전하게 도착하곤 했다. 그런데 어떤 날은 차를 끌고나가면 유달리 나들목에서 차가 막히는 경우가 있다. 예상보다 40-50분이 늦어지는 그런 날, 비오는 날, 월요일, 혹은 그냥 그런 날! 차 막히는 구간을 보니, 내가 나온 시간대를 보니 예감상 오늘이 그런 날!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도착 시간은 단지 지금 현재의 상황으로 막히지 않는다는 가정일 뿐이지, 좀 이따가 러시아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더 막히겠지? 엑셀을 밟는 오른발에 긴장이!
7시 20분, 출근 피크 시간에 제대로 맞춰 나온 거구만. 도착시간 8시 50분을 가리키던 나의 네비. 그래도 한번 믿어볼까 라며 바라보지만, 좀 있다가 3분, 늘어났다. 이내 2분이 더 늘었다. 8시 55분 도착. 계속 업데이트 되는 지각 시간. 아, 지각을 피할 수 없구나. 적어도 15분, 최대 시간은… 잘 모르겠다.
어차피 지각!
나는, 팀장님에게 연락을 하기로 했다. 7시 30분이었다.
“팀장님, 제가 오늘 아침에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지각을 하게 되었어요. 1시간 정도 지각할 듯합니다. 죄송해요.“
“천천히 조심해서 오세요.“
결국 도착은 9시 10분에 했다. 지각하여 도착 후 팀장님께 내 개인 사정과 도로사전을 구구절절 늘어놓기도 뭐했다.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나는 들어가지 않고 지금 밖에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지각을 명상(?)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가려고 엑셀을 냅다 밟는 나를 보니, 이 아침 운전을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만드는 것이 싫었다.
지각을 1시간으로 여유있게 놓으니, 내 마음은 편했다. 내 앞에 누가 끼어들건, 내 차선이 유독 전진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마음으로 운전을 했다. 길을 잘못 들어도 (네비가 1분이라도 단축시켜주느라 새로 안내하는 오늘 처음 가보는 길이므로)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내 마음은 그렇게 고요한 상태로 운전을 했다. 만약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 아니면 지각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운전을 했다면 나는 어떻게 운전했을까. 눈에 선하다.
커피 한잔을 하며,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본다.
운전은 심리 상태가 중요하다.
절대로 지각할 것 같은 날 운전은 하지 않기로 해. 이렇게 막히는 출근 시간에는 더더욱!
잠은 아까운 것이 아니다.
눈을 뜨면, 더 잘 생각하지 말고 일어나자. 일찍 일어난 아침을 뭔가로 채워나가면 되니까.
내 아침을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의 아침 문화는 부리나케 출근 준비해서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후다닥 뛰어나가는 일이었다. 버스앱을 보다 도착직전에 버스정류장으로 나가 버스를 기다리고, 역에 가서 열차를 기다리며 멍하니 있었다.
이제는 나의 아침 문화를 정리해보게 된다. 오늘 지각해보니, 내 지각의 원인은 5시에 눈을 뜬 것이 아까워서, 효율적으로 딱 30분 준비하기 위해 시간 맞춰조금 더 자야겠다며 눈을 감은 것이었다.
오늘 지각하며 초조한 감정이 이끌어내는 내 심리상태와 행동을 경험하고 나니, 나를 단련하기 위해 내 습관을 점검하고, 내 생활의 잔가지들을 쳐나가야겠다며 되새김을 하고 있다.
나의 아침 문화, 여유롭게 누릴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 방안을 떠올리는 것이 이번 주 나의 연구 주제!
4.6 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