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십 년인데, 아직도 '뉴'미디어라고 한다. 이제는 그냥 주류가 아니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디어면 그냥 미디어지, 요새 스마트폰 안 쓰는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여기 맞추는 일에 아직도 '뉴'라는 말이 붙을까. 이런 생각 백날 해봐야 별로 도움이 안 되니까 뉴미디어, 라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고민없이 쓴다.
주류가 아니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뉴미디어에서 뭔가를 만드는 일은 결핍의 연속이다. 이 쪽 일자리는 대체로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 아니면 소규모 스타트업 같은 종류로 이뤄져있다. 참고할 게 별로 없는 상황에서 뭔가를 꾸역꾸역 만들어내야 한다. 같은 일을 하는 배울만한 선배 찾기도 어렵다. 아무리 직장이 학교가 아니라지만 엄연히 한 쪽에선 신입이라고 키우는데, 이쪽에서 일하면 대번에 성과부터 요구받는다.
다른 직업의 사람이라고 안 그러겠냐마는 이런 환경 때문인지 뉴미디어 쪽 콘텐츠 씬의 사람들이 지치는 걸 자주 봤다. 물론 누가 여기 들어오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본인의 선택에 따라 시작하게 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안 지칠수는 없는거다. 해봐야 뭐하나. 나는 왜 이걸 한다고 했나. 시간이 흐르면 덜 아프지만, 굳은 살이 배긴다. 쉽게 냉소한다. 지치는 건 피할 수 없지만, 조금 더 따뜻하게 회복하는 방법이 있어야 열정이나 애정같은 걸 유지할 수 있다. 그래야 더 꾸준하게 힘을 낼 수 있고 덜 지친다.
루프는 제작자들이 부족하다고 느껴온 이런저런 것을 채워주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행사를 열심히 준비한 선재님, 도연님이 컨퍼런스가 아니라고 말했던 이유를 현장에 가서야 알았다. 잠깐 지나면 잊혀질 성공담과 비법이 아니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고민과 경험을 듣을 수 있었다. 아 여기에 나랑 비슷한 길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것만으로도 괜히 조금 더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기억을 핫팩처럼 품고 있어야지, 식기 전에 한 번쯤 더 열려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