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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Mar 28. 2019

파우더로 만든 밀크셰이크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 : 파운더(2016)

파운더는 맥도날드 창업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무리 내가 버거킹을 더 높게 친대도 영화로 봤을 때 맥도날드 이야기가 궁금한 건 인지상정. 이 영화는 제목만 보면 '맥도날드가 이렇게 대기업이 되었답니다'를 보여주는 성장스토리일 것 같지만, 미국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면서 방해물들을 삼켜나가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밀크셰이크 멀티 믹서 영업 사원 레이 크록은 무려 여섯 대의 멀티 믹서 주문을 받아든다. 레이 크록은 이 세상에 이걸 여섯 대나 쓸 가게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긴 거리를 운전해 맥도날드를 방문한다. 주문하면 한 세월이 걸리고, 주문한 음식은 커녕 음식만 나와도 감사한 수준의 드라이브 인 가게가 넘치는 시기였다. 그 시기에 맥도날드는 주문한 지 삼십초만에 햄버거와 콜라 감자튀김을 고객에게 주는 말도 안 되는 식당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맥도날드 형제의 비법은 '스피디 시스템' 이었다. 수많은 메뉴를 많이 팔리는 서너가지로 대폭 줄여버리고, 공장식으로 햄버거를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설계를 주방에 도입했다. 패티를 굽고, 소스를 뿌리고, 피클을 두개, 빵을 포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혁신시켜 일정 품질의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주문한 지 30초만에 준다. 종업원이 가져다 주는 게 아니라 창구에 와서 가져가게 만들고, 다회용 식기가 아닌 일회용 종이 포장을 사용해 비용을 절감했다. 이 시스템이 적중해 멀티 믹서를 여섯대나 가져다 놓을 수 있을 정도의 수요를 내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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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맥도날드를 전국적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맥도날드 형제와 레이 크록의 갈등이다. 의외로(?) 맥도날드 형제는 퀄리티를 중시하는 타입이다. 물론 패티 하나하나 육즙 한 방울 안 빠지게 굽는 식은 아니지만, 스피디한 시스템을 위해 공정을 체계화 했을 뿐 퀄리티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품질 관리를 위해 지나친 확장을 경계했다. 반면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를 프랜차이즈로 만들면서 맥도날드 형제가 만들어 온 몇몇 원칙을 깨려고 한다.


맥도날드 형제와 레이 크록의 갈등포인트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밀크셰이크'다. 기존에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활용하는 밀크셰이크는 냉장 설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전기세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월에 수백달러가 전기세로 나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 크록이 도입하려고 한 방법은 밀크셰이크 파우더다. 냉장 보관할 필요가 없는 이 파우더는 물에 타기만 하면 기존의 밀크셰이크와 별반차이가 없는 음료를 만들 수 있다. 맥도날드 형제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레이 크록은 대체 왜 안 되냐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이 갈등의 승자는 레이 크록이 됐고, 그는 이런 식으로 맥도날드를 삼켜버려 자기의 회사로 만든 뒤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키워낸다.





나는 세상의 정답같은 무엇을 맥도날드 형제의 솔루션 같은 무엇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품질에 대한 욕심을 어느 정도는 가져가면서 그 안에서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솔루션을 찾는 것. 고상한 예술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돈만 아는 장사꾼이 되는 것도 아닌 것. 그 중간 어딘가의 길을 찾다보면 잘 먹고 사는거라고 자평하겠다 생각했다. 맥도날드 형제가 밀크셰이크엔 우유가 들어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긴 했어도 어쨌거나 30초마다 햄버거 세트를 찍어내서 팔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해도 안 되는 게 있구나. 더 나가려면 더 많은 것을 놓았어야 하는 거였을까. 결국 승리해서 세상을 삼킨 건 레이 크록의 맥도날드였다.


내가 일 하면서 만들려고 했던 밀크셰이크가 뭐라고 말하긴 참 어렵지만, 항상 밀크셰이크에 아이스크림이나 우유 같은 무엇을 넣어보려고 노력해왔다. 항상 혁신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갈망하면서도 '야 저렇게까지 할 바에는 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해서 돈을 버는 게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는거야?'라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영화를 보니 사실은 브레이크를 건 게 아니라 애초에 내가 더 못 나가는 종류의 인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못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다르니까.


영화 말미에 맥도날드 형제는 결국 '맥도날드'라는 이름마저 레이 크록에게 빼앗긴다. 형제는 새로운 간판을 내 걸고 햄버거를 팔았지만 맞은 편에 들어온 맥도날드 지점을 못 이기고 결국 간판을 내린다. 시간이 흘러 맥도날드는 밀크셰이크에 다시 우유를 넣었다. 밀크셰이크의 맛은 얼마나 중요한 거였을까. 파우더로 만든 밀크셰이크와 아이스크림을 넣은 밀크셰이크 맛은 얼마나 달랐을까. 나는 이게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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