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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May 01. 2019

MCU가 이룩한 것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 :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스포가 있습니다


히어로물은 보여줘야 하는 게 많다. 매력적인 히어로는 당연히 필요하고, 독특한 설정으로 신선한 맛도 줘야 한다. 예쁜 여주는 물론이고 눈길 끄는 액션씬은 필수다. 액션, 이 액션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스토리나 캐릭터 개연성을 종종 날려먹을 정도다. 언제는 이러저러하다 해놓고 종국엔 전혀 딴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우연에 우연을 겹쳐 꾸역꾸역 벌려놓은 일을 싱겁게 마무리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아무래도 두 시간이 이 모든 것을 하기엔 조금 부족해서 생기는 일인데, 그렇다 보니 히어로물은 대체로 본분인 시각적 즐거움을 충족시키는데서 그친다. 앞뒤가 잘 맞게만 만들어도 평균 이상을 해낸 거다. 대체로 히어로물은, 미국인이 나와서 이것저것 다 때려 부수는 영화를 좋아하는 (평가가 후한 편인) 내가 봐도 별 다섯 개 중 두 개 반에서 세 개 정도 줄 수 있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십 년이 넘는 긴 호흡으로 만들어지면서 생기는 이런저런 장점이 있다. 상업적인 측면에서 MCU의 개별 영화들은 충성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면서도 신규 고객을 끊임없이 유입하는 이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훌륭한 상품이다. '캡틴아메리카 : 시빌워'나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처럼 이미 MCU에 익숙한 고객의 니즈에 충실한 영화도 있지만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 홈커밍'처럼 신규 고객의 진입을 유도하는 작품들도 있다. 기존 시리즈물이 비교적 충성고객의 니즈에만 집중했다면 MCU는 양 쪽을 놓지 않는다. 이전의 마블 영화들을 봐야만 따라갈 수 있는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와 엔드게임의 흥행이 천만을 우습게 알 정도가 됐다는 사실이 보여준다.



영화 자체에 주목한다면 앞에서 말한 두 시간짜리 히어로물이 가지는, 어찌 보면 태생적인 약점들을 세계관이라는 장치로 해소할 수 있다는 걸 얘기할 수 있다. 특히 캐릭터 구축 능력이 가장 돋보인다. 보통의 히어로들은 두 시간 안에선 이런저런 사정으로 평면적일 수밖에 없지만, MCU의 캐릭터들은 수편-수년을 거치며 성장한다. 다양한 사건을 마주하며 성장의 계기를 얻고 관객과 호흡하면서 좀 더 복합적인 인물로 변화한다. 세계관 안에서는 히어로물에 기대되는 기본적인 것들을 챙기면서도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갖출 수 있다. 지난 11년간 이 시리즈를 메인으로 이끌었던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가 대표적이다.



청문회에서 공무원을 엿먹였던 토니 스타크는 시빌워에서 모두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법적 제약을 거는 소코비아 협정에 찬성한다. 그저 자기만 아는 난봉꾼 백만장자로 등장했지만 엔드게임에선 모두를 위해 희생하며 퇴장한다. MCU를 이끌어왔던 또 하나의 축인 캡틴아메리카의 변화도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은 같다. 영화관에서 징병을 독려하는 광고가 지루하다는 관객에게 '애국심도 없냐'며 소리치던 캡틴은 종국에 개인의 소소한 삶을 찾는 방향으로 완성된다. 그들이 출연한 몇 편의 영화는 흐름과 환경 변화에 따라 성장하는 캐릭터에 당위를 부여한다. 엔드게임이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라는 캐릭터를 완성하며 퇴장시키는 완벽한 무대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은 MCU 안에서 쌓인 수많은 디딤돌 때문이다.


MCU의 히어로물이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처럼 철학적 주제를 던지는 종류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히어로물의 완성판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무척 뛰어난 시리즈가 아닌가 생각한다. 스타워즈에 환장하는 아저씨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지금 시대를 살면서 이 영화들을 기다리며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다만 영화를 통해 만났던 히어로 중 가장 매력적이었던 아이언맨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점은 조금 슬프고, 또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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