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신념을 가진 사람과
그것만이 반드시 옳다고 믿는 사람의 믿음은
무너뜨리기 매우 힘들다.
- 비트겐슈타인
‘변하지 않는 신념을 가진 사람과 그것만이 반드시 옳다고 믿는 사람’을 김종원 작가는 ‘치열하게 게으른 사람’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어떤 경향의 사고방식만 기계처럼 돌아간다. 그래서 중간에 무엇을 보고, 배워도, 늘 비슷한 결론만’ 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이런 성향의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신체 감각이 주는 신호까지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신체에 대한 언급은 놀라운 통찰입니다.
다음은 제가 겪은 일입니다.
제가 한동안 목 디스크로 꽤나 고생을 했습니다.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목 디스크에 대한 정보를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루이스 헤이의 책에서 몹시 흥미로운 내용을 봤습니다.
참고로 루이스 헤이는 우리가 가진 신념, 감정, 사고 패턴이 신체적 질병에 깊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책 ‘힐 유어 바디’에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정신적인 패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루이스 헤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목의 문제는 문제의 다른 면을 보지 않으려 하는 완고함과 경직성에서 비롯된다.'
이 문장이 제게 깊이 와닿았습니다. 당시 저는 1년 이상, 의견이 충돌하는 갈등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제가 가진 신념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었거든요.
갈등 상황에서 저의 옳음을 설득하려고 지나치게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 목 디스크의 원인이 되었음을 이해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아 긴장하면 근육이 수축하는데, 근육이 수축하면서 디스크에 압력을 가하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꾸준히 디스크에 압력을 가해지면 결국 디스크가 밀려 나오거나 터져서 디스크 통증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목디스크가 스트레스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할 때 나의 몸이 어땠는지 돌아봅니다. 상대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얼굴은 잔뜩 굳어있습니다. 특히 목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갑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냈는데 어떻게 몸이 아프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몸은 실제로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정직하게 반영하기에, 몸을 통해서 나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실 자신이 지금 지나치게 고집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자기가 고집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이미 고집을 내려놓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몸의 감각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몸이 결국 통증을 통해서 우리에게 SOS 신호를 보내게 되겠지요.
내 생각의 패턴들이 몸에 영향을 미치듯이 몸을 통해서도 생각의 패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몸을 숙이며 절을 하면서 스스로를 숙이는 연습을 하거나, 경직된 몸의 긴장들을 느낄 때 몸과 얼굴 등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주는 동작을 하면 마음의 긴장도가 한결 풀어집니다. 심지어 숨만 길게 내쉬어도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순간순간 몸을 살피며 부드럽게 이완하는 습관은 몸과 마음 모두를 부드럽게 열어줍니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한결 풍요로워질 테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 것과 신념을 고집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신념을 갖고 살아가되, 신념의 포로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옳은 것을 추구하되 내가 옳음을 고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붓다, 예수, 간디, 마더 테레사 모두 진리와 사랑을 향한 자신의 신념을 굳건하게 지키며 살아가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의 모습에서는 굳건한 신념과는 대비되는 부드러움이 느껴집니다.
붓다의 모습을 본뜬 불상은 조금의 긴장도 없는 편안한 상태를 보여줍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고통마저도 온전히 수용하는 것만 같습니다. 물레를 돌리는 간디의 사진도, 기도하는 마더 테레사 수녀님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긴장이나 애씀이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고 부드럽습니다. 신념을 갖되 신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몸으로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붓다도 깨달음의 직전에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었고, 예수 그리스도도 십자가에서 하나님을 의심하는 듯한 말을 하지만 하나님에게 숨을 거두기 직전에 하나님께 자신을 온전히 맡깁니다.
간디 또한 자서전에서 자신의 숱한 내적 갈등에 대해 고백했고, 마더 테레사 수녀님도 자신의 행동이 과연 사랑에서 나온 것인지를 끊임없이 의심했습니다.
김종원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신념은 좋은 것이지만 변하지 않는 신념은 오히려 자신을 망치는 길이니, 늘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면, 그 인생에는 희망이 좀 더 가득할 것이다.’
나침반의 바늘은 북쪽을 향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은 고장 난 나침반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신념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 흔들림 없이 곧게 나아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매 순간 열려 있어 끊임없이 갈등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여정일 것입니다.
뜻을 가슴에 단단하게 품되, 몸과 마음은 부드럽게 열려 있어야겠습니다. 내 몸 어딘가가 단단하게 굳어 있다면 부드럽게 이완시켜 주며 지금 내가 무엇을 고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그렇게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꽃을 피워야겠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으니까요.
변치않는 신념이나
그것만이 옳단생각
이런생각 가진이는
치열하게 게으른이
같은패턴 사고방식
기계처럼 돌아가니
무얼보고 배운데도
같은결론 도달하네
심지어는 신체감각
신호까지 무시하네
감정생각 우리몸에
정직하게 반영되니
몸을보면 나의상태
정확하게 알수있네
순간순간 몸을살펴
부드럽게 이완하면
몸과마음 열리어서
우리의삶 풍요롭네
신념갖고 산다는건
고집하는 것과달라
마음에뜻 굳게품되
몸과마음 열려있어
끊임없이 갈등하며
흔들리며 나아가고
순간순간 돌아보며
부드럽게 피어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