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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Jun 04. 2023

육아는 즐겁다

5개월이 지난 아기가 나를 보며 방긋 웃는다

작년 12월에 아이가 태어났다.


뱃속에서 무럭 자란 아이가 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니 감동이었다.


그냥 귀엽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더 귀여웠다.


작은 발, 작은 손. 앙증맞은 눈, 코, 입 모두 신기했다.


나를 닮은 듯 닮지 않은 모습에 넌 누구를 닮았니 묻는다.


한 번씩 배시시 웃는 아이의 모습에 그저 감사하고 신기하다.


아이가 태어났으면 나는 퇴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회사생활을 했을 것이다.


퇴사하고 나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잠시 숨을 돌리니 아이가 생겼다.


나는 아내와 함께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챙긴다.


서로 번갈아 아이를 보며 같이 놀아주고 밥도 먹여주고 기저귀도 갈아준다.


집에 온종일 있다 보니 매 끼니 식단이 고민이다.


나는 주부다. 


쿠팡으로 주문하고 정리하고 야채를 다듬는다.


백종원 유튜브를 보며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한다.


이렇게 하루에 두 끼 정도를 준비하고 식사를 마치면 하루가 간다.


회사 다닐 때는 몰랐다. 바깥세상은 챗바퀴가 아니라 불규칙한 파편의 비정형화된 그런 삶인 줄 알았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깨달았다.


더 한 챗바퀴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아이가 눈 뜨면 하루를 같이 시작하고, 나는 자연스레 먹을 것을 준비한다.


빨래를 돌리고, 집안 청소를 한다. 빨래가 다 끝나면 건조기에 돌리고, 다 마르면 정리한다.


화장실 청소를 하다 바닥에 흩어진 아내의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출산 후 부쩍 머리카락 숫자가 늘었다.


아이는 엄마의 영양을 먹고 자랐나 보다.


아이를 보고 집안 살림을 하고 힘들지 않다. 다만 평생 끝나지 않는 영원한 숙제 같다.


늘 고민한다. 다음에 반찬을 무엇으로 하지? 밑반찬은 뭘 주문하지? 요즘 채소 값이 많이 올랐던데...


소고기는 비싸고 대신 무슨 고기를 써야 하지?


나는 주부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가 생각난다.


상무님이 빡이 쳐서 내뱉은 말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애 낳고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당시에 여성 부하직원이 업무적으로 상무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그 부하직원이 자리를 비우자


본색을 여과 없이 분출하였다.


회사라는 작은 전쟁터에서 누구는 살고 누구는 당장 짐을 싸 집으로 간다.


승자와 패자는 명확히 갈린다. 그게 어느 시점이든...


승자는 늘 승리감에 취해 과한 나르시시즘에 빠지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승자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가 늘 거침없이 지르는 표현으로 상대를 기죽이고 본인의 위치를 확인받는다.


어느덧 나는 애를 집에서 키우고 살림하는 육아 아빠가 되었다. 어딘지 묘한 감정의 혼란을 겪는다.


그러나 아이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고마워 아가야. 아빠는 네가 있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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