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살면서 제대로 멀리 오랫동안 뛰어 본 경험이 없다.

by 나폴리피자

운동을 좋아한다. 그런데 유일하게 재미를 느끼지 못한 운동이 있다. 바로 달리기다.


오래 달리기는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다. 숨이 차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달리다 멈춰버리곤 했다. 더 나아가질 못했다. 학창 시절 여러 운동종목을 두루두루 잘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래 달리기 종목은 늘 끄트머리에 속해 있었다.


헬스장에서 마무리 운동으로 러닝머신에서 빠르게 걷곤 했다. 뛰는 것은 숨이 차서 그냥 편하게 걷기를 택했었다. 그렇게 걷는 일에만 재미가 들렸었다.


2020년 초반, 퇴사할 무렵 나의 건강은 좋지 않았다. 한 번은 출근을 위해 집 앞 버스 정류장까지 급하게 뛰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명치 부분이 턱 막히면서 숨이 안 쉬어졌다. 한 동안 멈춰 서서 호흡을 가다듬고 숨을 쉬었다 마셨다 하면서 진정시키곤 했다. 그때 그 경험은 퇴사에 결정적 신호였다.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했지만, 퇴사하고 한 동안 그 증세는 반복이 되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기에 퇴사를 했으니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했다.


조금이라도 달려보겠다고 발을 앞으로 들어 올리면 어김없이 명치가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나는 걷기만 했다. 그렇게 걷기를 하면서 퇴사 후 5년을 보냈다. 코로나 해제 후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도 조금씩 시작했다. 육아와 살림도 해야 하니 과거만큼 열정적인 시간을 다 쏟지는 못했다.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신체 부분을 중점적으로 근력을 기르기 시작했다.


퇴사는 했고 돈은 벌어야 했기에 매일 컴퓨터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데이트레이딩을 하곤 했었다. 자연스레 앉아 있는 시간이 늘면서 허리와 목에 조금씩 피로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하는 육아는 마찬가지로 잘 사용하지 않았던 신체 부분에 힘이 가해지다 보니 손목이며 어깨며 늘 뻐근했고 침을 맞으며 버텼었다.


눈뜨면 책상에 앉아 뉴스를 보고 차트를 보고 뚫어져라 모니터를 보며 이렇게 저렇게 시도를 해서 수익을 내거나 손실을 내며 힘을 썼고, 육아를 하느라 당장 앞에 놓인 일을 쳐내며 하루 24시간이 바쁘게 지나갔다. 아이가 잠든 밤 시간을 이용해 밖에 나가 걷다 오거나, 1주일에 하루 서너 시간은 온전히 헬스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자연히 나의 외형적인 모습이나 건강 컨디션은 아이의 성장과 함께 좋아지기 시작했다. 육아에 적응을 하면서 요령도 생겼고, 운동을 하거나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퇴사한 지 5년이 지났고, 육아는 어느덧 만 3년을 향해간다. 갈수록 삶의 여유가 생기고 에너지가 생기고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육아 덕에 체중도 저절로 감량이 되었다.


날씨가 좋아 동네 산책로를 걸으면 달리는 사람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빠르게 뛰는 사람, 천천히 뛰는 사람, 빠르게 걷는 사람, 모두 땀을 흘리며 열정적으로 몸을 쓰는 게 눈에 보인다.


나도 이제는 달리고 싶었다. 그래서 며칠 전에 처음으로 아주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을 지나 이제는 달리기에 재미를 붙이기로 결심했다. 가볍게 동네 개천을 따라 30분을 뛰었는데 호흡이 차오르고 몸에서 땀이 나며 허벅지가 부풀어 오르고 기분이 좋아졌다. 스스로 30분을 쉬지 않고 뛰었다는 생각에 묘한 감정이 생긴다. 나도 뛰다 보면 언젠가 10km, 20km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첫날 뛰어보고 다음 날 또 뛰어보고 그러다 다음날은 더 멀리 뛰었다. 그런데 다 뛰고 나니 무릎이 아팠다. 초보자라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구나 생각했다. 유튜브며 온갖 블로그로 달리기에 정보를 구하지만, 기록 보단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오래 달리는 게 러닝의 묘미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4일 쉬고, 왼쪽 무릎에 통증이 사라져서 다시 들뜬마음으로 30분 러닝을 했다. 동네 공원에서 천천히 뛰었다. 나무랑 숲이 우거져 지나가며 그 풍경을 바라보니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그렇게 다 뛰고 나니 이제는 오른 무릎에 통증이 생겼다. 초보자라 이런 거겠지. 그래서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은데도 달리지 못하고 이렇게 글을 쓴다.


와세다대학교 안에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기념관을 갔었다. 그가 즐겼던 취미 달리기를 나도 즐겨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욕심이 앞서 신발이며 바지며 온갖 장비를 검색하곤 한다. 그러다 가격에 잠시 머뭇거리고 신발장에 있는 신발을 신고 뛰고 있다.


달리기 매력은 참 많다. 4일 뛰어본 내 경험에 비추어 가장 큰 매력은 열심히 뛰고 난 후 멈춰 서서 호흡을 가다듬을 때 몸에서 느껴지는 어떤 나른함과 기분 좋은 감정상태에 있다. 한바탕 폭풍이 다 지나간 후 고요함에서 오는 마음의 안정과 차분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매일같이 반복된 일상에서 계속해서 변화를 주거나 어떤 재미를 더 주고 싶었는데 달리기가 있어 그래도 봄, 여름, 가을이 즐거울 예정이다.


더 이상 미루는 인생을 그만두고 시간이 지나기 전에 무조건 해보자는 생각이 드는 요즘 달리기는 또 다른 인생의 길로 접어들게 할 것이다. 뒤뚱뒤뚱 엉성하게 뛰던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스스로 얼마나 발전해서 뛸 수 있을지 잠시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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