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살림을 한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나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육아휴직을 끝내고 아내가 출근을 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나는 한 달간 33개월 아이를 돌보고 집안살림을 했다.
새벽에 출근하는 엄마가 대문을 열고 나가면 잠자던 아이는 깨어나서 울곤 했다.
나는 아이 울음소리에 눈을 뜨고 아이에게 다가가 달래주곤 했다.
그렇게 아이를 토닥이며 다시 잠을 청한다. 자연스레 눈을 뜨면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웃고 있다.
아침에 아이 밥을 챙겨주고 먹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전기밥솥 뚜껑을 열고 밥이 적당히 있는지 보고 냉장고를 열어 무슨 음식을 해줘야 하나 멍하니 냉장고 안을 쳐다본다.
우선 양파껍질을 벗기고 잘게 썬다. 그리고 당근을 잘라 잘게 썰고, 파도 잘게 썰어서 그릇에 담는다.
냉동새우를 꺼내 미지근한 물에 녹이고 건져서 물기를 다 제거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미리 다져놓은 재료를 툭하에서 지지고 볶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제 마트에서 산 싱싱한 달걀을 풀고 소금도 뿌리고 간장도 넣고 충분히 볶아준다.
밥을 넣어 더 볶아서 최종적으로 아침밥을 만들어낸다.
아무리 익숙해도 3~40분은 훌쩍 지나있다.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고 손도 씻겨주고 밥을 먹이기 시작한다. 배가 고파서 후딱 먹어주면 좋지만, 이상하게 무슨 이유인지 잘 먹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부터 조금씩 시간이 걸리고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어찌어찌 밥을 다 먹이고 나면 본격적으로 외출을 나가기 위해 짐을 꾸린다.
집에 있으면 아이나 나나 서로 답답하니 나가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물론, 날씨가 좋을 때는 무조건 나간다.
주로 가는 곳은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워낙 시설이 좋고 깨끗하고 탁 트이고 넓어서 아이가 걷기에도 좋고 비용도 안 들어서 만족스럽게 이용하는 곳이다.
그곳엔 아이들 노는 곳이 있어서 예약하고 가면 최소한 1시간 20분은 아이가 즐겁게 마음껏 뛰놀 수 있다.
박물관에서 실컷 놀고 그곳에서 우유도 먹이고 간단한 간식도 먹으면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다. 어느덧 오후 서너 시가 된다.
다행히 퇴근길을 피해 집에 오면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때부턴 다시 식사 준비를 한다.
이렇게 아이 밥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같이 놀아주고 집안 청소하고 요리하고, 온갖 일을 맡아서 한지 한 달이 지났다.
참 정신이 없었다. 아기가 잠이 들고나면 그래도 밖에 나가 달리기도 하고 일기도 쓰고 신문도 보고 투자 연구도 할 수 있었다.
처음엔 아이에게 붙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 어쩌지 했으나, 막상 한 달 해보니 얼마든지 내 에너지를 잘 조절해 가면서 육아와 살림, 그리고 내 일을 할 수 있었다.
조금 체력적으로 힘들면 집에서 아이와 함께 보내고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기도 했다.
주위에서 다들 어린이집을 언제 보낼 것인지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신다.
당장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당분간은 내가 계속 육아와 살림을 맡기로 했다.
30대 초반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서 육체노동에 요령도 있고 체력도 뒷받침된다. 헬스장에서 그렇게 땀 흘려 덤벨을 들고, 당기고 했던 운동의 효과를 마흔이 되어 누리고 있다. 이 또한 감사하게 생각할 뿐이다.
문득 아무런 준비 없이 아빠가 회사를 다니다 혼자 육아를 갑자기 해야 한다면 정신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참 당황스럽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 지금까지 늘 같이 있고 옆에서 돌봤던 나야 모든 게 익숙하고 당연하며 딱히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들거나 하는 것도 잘 없었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 없이 턱 아이를 보기 시작하면 마음 한 구석에 답답함과 외로운 감정이 밀려오지 않을까 추측해 봤다.
과거 3년 가까이 아이 옆에 항상 있다 보니 오히려 내 옆에 아이가 없으면 허전할 것 같다. 둘이 친구처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마디 주고받는 상호작용에서 어딘지 마음의 위안을 얻곤 한다.
덜 외롭다는 말을 장황하게 썼다.
앞으로 나의 육아는 어떻게 더 재밌고 다양한 생활과 이야기로 펼쳐질지 기대가 있다.
체력이 되는 한 많은 곳을 데려 다니며 구경시켜주고 같이 뛰어놀고 싶다. 그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아이 교육적인 부분에선 딱히 고민을 안 해봤지만, 동네 도서관에 데려가서 책과 친숙해지게끔 유도하면 되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만 할 뿐이다.
퇴사를 하고 내가 육아를 전담해서 아이를 케어할 것이란 상상은 안 해봤다.
그저 새로운 일을 하고 있을 내 모습을 그려 보았고, 뭘 해야 회사를 벗어나서 먹고사나 그런 일에만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집에서 내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
퇴사 후 사람들과 어울릴 일이 없었다. 내 실력을 쌓고 수익을 내는 게 우선이었다. 삼십 대 중후반의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다 쏟았다. 철저하게 나를 고립시키고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했다. 그래서 요즘 스마트폰이 필요 없을 만큼 핸드폰 벨이 거의 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내 곁에 아이가 있어 덜 외롭고 아이 챙기느라 딴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좋다.
아이는 여러모로 나에게 고마운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