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러닝화를 신고 달린다

나막신처럼 딱딱했던 운동화를 던지고 새 신발을 사서 뛰었다

by 나폴리피자

아침에 일어나면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한다. 공기가 아주 좋으면 밖에 나가 산책을 하든 달리든 야외 활동을 최우선으로 둔다.


6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무덥고 햇살이 강하다. 이제 여름이다. 그리고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없고 공기가 깨끗한 날은 30도 무더위를 뚫고 달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주 평균 2회, 초창기에는 5km를 뛰다가 최근 들어 10km를 달린다. 총 아홉 번을 뛰었다. 초보이기에 집에 있는 운동화를 신고 뛰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보폭은 최대한 좁게 팔은 몸에서 멀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붙이지 않고 빠르게 흔들며 뛰었다.


나는 이제 육아와 살림도 하고, 전업투자도 하고, 헬스도 하고, 요가도 하고, 달리기도 하는 사람이 되었다. 루틴이 쌓일수록 삶의 패턴은 단순하고 단조롭다. 내 정체성은 그저 주어진 오늘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반복적으로 꾸준히 한다. 반복은 곧 지루함을 부르기도 하지만, 새로운 루틴을 포함하면 활력이 돋기 시작한다. 그래서 달리기는 내 단조로운 일상에 가장 강하고 신선한 경험이다.


신발장에 있던 운동화를 신고 달리니 발바닥과 무릎이 아팠다. 막 달리기를 시작한 초보자가 겪는 가벼운 통증정도 되겠다. 뛰다 보면 자연스레 달리는 사람의 운동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도 한 켤레 장만을 하기로 결심했다. 불편함을 제거하고 뛰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사뿐사뿐 가볍게 뛰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부러웠다.


엊그제 문득 신발을 사려고 러닝화 매장에 전화를 했다. 한 곳은 받지 않고, 다른 지점은 연락이 됐다. 원하는 상품의 재고여부를 물었고 다음날 그 상품이 입고될 예정이니 매장에 방문하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요즘 러닝이 인기여서 그런지 원하는 상품과 사이즈를 모두 충족한 러닝화를 사는데 애를 먹고 있다. 시장에 인기가 많은 제품은 웃돈을 주고 리셀 플랫폼을 통해 구매를 해야 한다.


매장을 방문한 아침,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11시에 가게 문을 여는데 그 시간에 맞춰 갈 생각이었다. 우리 세 식구는 부랴부랴 나갈 준비를 했다. 목적지 근처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유모차를 밀고 20분 정도 걸어서 매장에 도착했다.


매장에 들어서니 뭔가 분위기가 분주해 보였다. 판매하시는 분은 계속 전화가 와서 응대를 하는 상황이었고, 신발은 박스채 한쪽에 쌓여있었다. 알고 보니 상품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알고 손님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구매를 하느라 한바탕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난 뒤였다.


나는 급한 마음에 원하는 상품과 사이즈를 서둘러 전했고 운 좋게 마지막 한 켤레를 사게 되었다. 오픈런의 마지막 손님이 된 꼴이다. 내 발사이즈는 워낙 수요가 많은지라 혹시나 했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원하는 색상에 그 딱 한족이 때마침 남아있어 기분이 좋았다.


여기저기 전화받느라 바쁜데 친절하게 웃으며 응대를 해준 매장 직원분에 감사를 느꼈다. 심지어 우연히 전화를 했던 날 차분하게 안내해 주신 분 또한 너무 고마웠다.


신발 박스에서 새신을 꺼내 끈을 꽉 매고 동네 산책로를 달렸다. 신발이 가볍고 밑바닥이 말랑말랑해서 발바닥에 딱딱한 자극이 사라졌다. 기분이 좋았고 속도를 조금 더 내보니 신발 성능에 감탄했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좋았고 앞으로 신발 밑창이 다 닳을 때까지 열심히 뛰어보겠노라 신발에게 잘 부탁한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평소보다 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었고 뛰었던 시간도 단축이 되어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다.


동네 사방팔방 새 운동화와 함께 달릴 생각을 하니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 혹시나 이사를 가더라도 달릴 수 있는 장소를 항상 염두해 둘 생각이다.


앞으로 한 석 달 뒤에는 그래도 20km는 뛰겠지는 하는 기대를 하며 오늘의 러닝 일지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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