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별을 아니?』, 아네스든 레스트라드 글, 샤를로트 코트로 그림
드넓은 우주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별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지구별에서만 산다. 그러니 어떤 다른 별들이 있는지, 그 별에는 누가 사는지 무척 궁금한 게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정말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를 읽고 나면 어느 정도 호기심과 궁금증이 해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마중물이 되어 더 기발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그런 상상의 하나였을 것 같은 종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종이별을 아니?
넓디넓은 우주 어딘가, 달 저 뒤쪽
지구별에서는 안 보이는 곳.
그게 종이별이야.
왜 작가는 '달 저 뒤쪽 지구별에서 안 보이는 곳'으로 종이별의 위치를 정했을까? 지구별 사람들은 찾아낼 수도, 스스로 찾아갈 수도 없는 곳이라고 읽힌다. 그래서 종이별이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종이별엔 요정 둘이 살았어.
둘은 서로 사랑했지.
그리고 예쁜 아기 요정이 태어났어.
종이별에는 시간이 없다는 걸 시곗바늘이 모두 뽑혀있는 그림으로 표현했다. 서로 다정하게 바라보는 요정들의 시간은 영원할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예쁜 아기 요정이 태어난다.
종이별 저편에는 무엇이 있어요?
한번 가 보고 싶어요.
무럭무럭 자란 아기요정은 종이별 저편을 궁금해한다. 마치 우리가 다른 별을 궁금해하듯이 말이다. 종이 나비 날개로 비행기를 만든 요정 가족은 지구별에 온다. 작가가 하려는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 기대되는 전개다.
이제 여행을 떠날 때가 되었구나.
종이별로 나를 데려가 주겠니?
요정들이 지구별에 도착해 만난 할머니는 아기 요정의 말대로 얼굴이 종이 같다. 세월의 흔적이 종이 주름처럼 표현되어 있다.
신기한 것은 할머니가 종이별 요정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요정들은 종이별로 가고 싶다는 할머니 대신 할머니가 적은 종이를 가지고 종이별로 돌아간다. 이 종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앞면지와 뒤면지에 있는 종이로 접은 새들은 다 종이별에 간 사람들일까?
종이별이란 이야기 소재가 특별해서 읽게 된 그림책이다. 작가는 죽어서 지구별을 떠나는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종이별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니 할머니도 종이별 요정들을 알아보고 이제 자신을 데려가라한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할머니가 종이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남편의 이름을 적었다는 것이다. 종이별 요정들이 종이별로 가져간 것은 두 사람의 이름이 적힌 종이였다. 지구별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 바로 종이별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종이별이니 당연히 종이만 갈 수 있나 보다. 사람이 죽으면 이름만 남는다는 것을 종이에 적은 이름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죽어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별 요정들이 나를 찾아오면 종이별에서 재회하고 싶은 사람으로 나는 누구를 쓰게 될까? 누가 내 이름을 쓸까?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