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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진짜로 <별들의 집>이 있을지도 몰라

『별들의 집 』 | 쏘루르 캬트비 글, 리써 자밀레 바르제스테

by 착한별


별들에게 집이란 그냥 하늘일 거라고 생각했데 『별들의 집 』이라는 제목 보고 금해져서 읽어보게 되었다. 별들과는 무관해 보이는 표지라서 더 관심이 갔다.




아주 오랜 옛날 한 엄마가 살고 있었다.


'아주 오랜 옛날'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정말 오랜만에 만나본다. 예스럽고 클래식한 시작이지만 '아주 오랜 옛날'은 귀를 쫑긋드는 마법의 서두다.


아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음식 만들 재료를 찾을 수 없었던 엄마 고개를 들었더니 하늘의 별들이 보였다. 엄마는 손을 뻗어 별 하나를 집었고 별을 톡 깨뜨려 계란 프라이를 만들었다. 여기까지가 그림책의 시작을 설명한 글의 내용이다.



별 프라이는 아이들에게 윙크를 했다.


상황을 거의 글이 설명하고 있다. 별 프라이의 윙크마저도. 어쨌든 엄마가 별 하나를 집어서 계란처럼 사용했다는 건 신박하다. 손을 뻗어 별을 집을 수 있는 엄마는 요정 같은 존재일까?



똑, 똑, 똑!


별 프라이를 먹은 아이들이 이불을 펴고 잠을 잔다. 이야기 흐름이 좀 작스럽다. 아이들은 한밤중에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깬다. 문을 열었더니 달님이 문 뒤에 있다.



안녕, 예쁜 얘들아!


달님에게 인사하는 아이들 입에서 별들이 쏟아져 나온다. 달님이 인사하자 아이들이 웃고 한 움큼의 별들이 땅 위로 쏟아진다. 아이들이 별 프라이를 먹어서 별이 나온 걸까?



하늘에서 별 하나를 잃어버렸단다.


별 하나를 잃어버렸다는 달님에게 아이들은 집안에 가득한 별들을 바구니에 담아준다. 달님이 하늘 높이, 높이 올라가 별들을 하늘에다 쏟았더니 하늘은 별들로 꽉 찼다는 무리다.





별들의 집이라는 제목과 소재는 좋았다. 별 프라이는 신박했고, 아이들의 말과 웃음에서 나오는 별들은 신기했고, 그 별들을 하늘에 뿌리는 달님 감동적이었다. 단, 그림이 아니라 글이 준 재미와 감동이었다. 그림의 비중이 좀 더 컸거나 그림은 그림의 이야기를 했으면 더 아름답고 여운이 남는 그림책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란 작가들이 쓰고 그린 그림책인데 글은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해주었을 법한 구전동화 느낌이고 그림은 이란풍인 건지 조금 낯설다. 특히 눈 모양이 여러 개 들어간 사각 프레임 안에 그림들을 넣었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이슬람에서 초록색은 낙원, 희망, 부 등을 상징한다던데 그래서 초록색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만든 거라고 추측해 본다. 하지만 읽는 동안 자꾸 슈렉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른 문화의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그렸으면 좋았겠다.


다 읽고 나니, 별 프라이를 만들어먹은 가족 자체가 별들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달님이 잃어버린 별을 찾으러 온 곳. 그곳이 별들의 집이 아닐까? 별들의 집이 따로 있고 하늘의 별들은 달님이 뿌려주는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뒤표지에 문만 그려놓은 건 또 다른 누군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준다. 이번에는 내가 한 번 문을 두드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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