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터뷰 』 | 임윤 글. 그림
저렇게 빛이 많은데
누가 내 별들을 보기나 하는 걸까?
- 그림책 『 마말루비 』중에서-
누구에게나 공평했던 별은 이제 찾아보는 자의 몫이다. 별을 서너 개 본 아이와 쏟아지는 별을 본 아이는 다르게 성장한다. 쏟아지는 별을 경험한 아이들은 천문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각자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은 늘 가지고 있다. 문학을 하든, 음악이나 미술을 하든, 다를 것이라 믿는다.
- 홍성창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이사-
별보다 반짝이는 것들이 더 많은 세상이고 대기 오염 등의 이유로 밤하늘의 별이 잘 보이지 않는 환경이지만 그래도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별을 보며 살았던 사람들은 별을 사랑했고 별과 대화를 했고 별을 동경했다. 그래서 별을 그리고 별로 시를 짓고 노래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일부러 별을 찾아봐야 하는 세상이다. 홍성창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이사의 말대로 누구에게나 공평했던 별은 이제 찾아보는 자의 몫이다.
그럼에도 '별'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여전히 우리를 설레게 한다. 매일 별을 보진 않아도 우리는 별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작품에 새겨놓은 별을 만났기 때문일까? 어쩌면 우리는 가슴에 별 하나씩 품고 사는 사람들이라서 별을 기억하는 건지도 모른다.
<달터뷰>란 제목의 그림책이 나왔을 때 제목이 신박하단 생각을 했었다. 달+인터뷰=달터뷰 일거라는 짐작을 하면서도 '달터뷰'란 단어가 재밌어서 계속 소리 내어 말해봤던 기억이 난다. <달터뷰> 그림책이 나왔으니 그다음으로 <해터뷰>, <별터뷰>도 나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작가는 시리즈를 염두에 두었나 보다. 그런데 독자의 예상을 깨고 <해터뷰>가 아닌 <별터뷰>가 먼저 나왔다.
뭐든 예상대로 흘러가면 식상하다. 그런 점에서 인터뷰의 긴장감을 이기지 못한 해 대신 별이 먼저 인터뷰하는 설정은 좋았다. 마음 여린 독자는, 해는 병원에 도착했는지 다음 인터뷰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할 수도 있겠다. 그런 독자들을 안심시키려면 <해터뷰>도 빨리 나와야 할 것이다. <달터뷰>, <별터뷰>를 읽은 독자는 당연히 <해터뷰>도 궁금해하기 마련인데 해를 걱정하는 마음까지 들게 해서 기다리게 하다니. 작가는 고수다.
아, 잠깐만요!
사실, 지금도 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예전에 별은 길 잃은 사람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씨 뿌리고 수확하는 시기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요즘 세상에는 필요한 없는 일이라는 앵커의 말에 별은 '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지금도 있다고 말한다. 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이 그림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별이 가장 잘하는 일을 우리는 믿어주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메시지다.
저를 10초만 쳐다봐 주세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건네 보세요.
소원을 빌어도 좋고, 비밀 이야기를 해도 좋아요.
- 달터뷰-
우리를 10초만 쳐다봐 주세요.
그리고 반짝이는 별 하나를
콕 집어 안부를 물어보세요.
잘 지내느냐고 물어도 좋고,
나 보러 왔냐고 허세를 부려도 좋아요.
-별터뷰-
작가는 어려서부터 밤하늘을 볼 때마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라는 질문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답을 이 그림책에 해두었다.
작가는 독자에게 그림책 <달터뷰>를 통해 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면 이제 별에게는 안부를 물어보라 한다. 별이 된 소중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안부를 물었을 때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에 주목하라고 한다. 걱정되던 마음이 사라지고 허전했던 마음이 채워진다는 게 진짜인지 알고 싶으면 오늘 당장 별에게 안부를 물어보자. 하늘의 별에게 안부를 물으면 내 마음속의 별이 반짝이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별을 사랑해서 <별을 사랑한 그림책>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는 내게 '별터뷰'는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작가가 그림책 <별터뷰>를 통해 별에게 안부 묻기를 바랐다면 나는 <나터뷰>를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사람이 죽어서 하늘의 별이 되기도 하지만 하늘의 별이 땅에 떨어져 우리가 태어난 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크기와 빛의 양은 다르지만 모두 별이니까, 별터뷰라 생각하고 '나터뷰'를 해보았으면 좋겠다. 나라는 별이 빛을 잃는 순간은 언제인지, 나라는 별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나터뷰 시간을 통해서 나라는 별이 조금 더 나답게 빛났으면 좋겠다.
나터뷰를 통해 나의 진짜 빛을 찾게 되면 '너터뷰'도 진행해 보면 좋겠다. 나의 빛으로 너를 다정히 대하면서 너를 궁금해하고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너라는 별도 너답게 잘 빛나지 않을까? 그런 나와 너가 많아지면 우리라는 별도 우리답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