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차
내 삶에 #동시 키워드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동시에 대해 잘 몰라서 그저 궁금한 상태다. 지인 추천으로 #권태응어린이시인학교 를 알게 되었다. 사실 작년에도 한 자리 남았을 때 내게 알려주었지만 솔직히 그때는 동시가 와닿지 않았을 때였기에 선뜻 신청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동시와 썸을 타고 있었기에 마음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내가 초등학생이 되어 듣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으니 아이를 보내는 심정이 되었다. 신청하자마자 마감이었다고 전국에서 딱 40명만 모이니 너는 우리 지역과 학교의 대표일지도 모른다고 엄청 소중한 시간이라고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그렇게 기대감을 주면 아침 9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이틀 동안 진행되는 어린이 시인학교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다를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첫날을 보낸 아이에게 뭘 배웠는지 나에게도 좀 알려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왼손바닥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왜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였다. 더 알려달라고 했더니 사물을 잘 관찰하고 그 사물이 되어보라는, 다 알고 있는 얘기만 해줬다. 그러더니 더 이상 말을 안 해주는 거다. 자꾸 영감이 떠올라서 첫날에 시를 열개 넘게 썼다면서 안 알려주는 게 웃겼다. 그러더니,
내가 더 많이 써서 동시집을 낼 테니까
엄마는 그걸 봐.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보다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란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둘째 날에는 2시 30분부터 보호자와 함께하는 전시 및 낭독회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어떤 시를 썼을지 궁금한 보호자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쓴 시들 중 하나를 골라 시화를 만들어 전시하고 발표하는 시간은 부모들의 감탄 시간이었다. 모둠별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발표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라고 한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이 맞았다. 시인으로 태어난 걸 잊고 지낸 아이들에게 넌 시인이야,라고 기억나게 해 준 곳, 마음껏 시를 써보라고 자리를 깔아주는 곳이 바로 <권태응 어린이 시인 학교>였다. 아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좀이 쑤셔서 어쩔 줄 몰라했지만 어른들은 더 맑아지는 시간이었다. '우아' 하고 한 번씩 말할 때마다 어린이로 돌아갔다. 마지막에는 나도 진짜 어린이가 되어 <권태응 어린이 시인 학교>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되었다.
엄마가 '내년에도 올까?"라고 묻기도 전에 내년에도 당연히 올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보며 올해 참가자 중 6학년이 3명이니 그 아이들을 빼고는 내년에도 다 신청할 것 같은데, 내년에도 꼭 신청에 성공해야 할 텐데, 걱정되었다. "엄마가 빛의 속도로 또 신청에 성공해 볼게."라고 장담은 했지만 벌써부터 신청 못할까 봐 떨린다.
<권태응 어린이 시인 학교>에 올해 처음 간 아이는 16편의 동시를 쓰고 동시 쓰는 맛을 알았다. 감 잡은 것 같아서 부럽다. 더 써서 50개 채울 테니 자기 동시집을 내달란다. 자기 동시집을 들고 내년에 <권태응 어린이 시인 학교>에 가서 시인들께 사인받을 거란다. 처음 간 어린이가 동시집 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권태응 어린이 시인 학교>라니.
내년 이맘때 즈음이면 나도 동시가 뭔지 조금 더 알고 있으려나? 아이가 먼저 달려 나간 발자국을 보며 흐뭇해진다. 아들아, 이제 우리 같이 동시 나라에서 놀자. 우리가 함께 좋아하는 것이 하나 더 생겨서 기쁘고 행복하다.
흥칫뿡
-조은주-
3학년 아이가 올해 처음으로
권태응어린이시인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제 막 동시랑 썸 타기 시작한 나는
초등학생이 되지 못해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자꾸 영감이 떠올라서 열여섯 편이나 썼다면서
나도 좀 알려달라니 안 가르쳐 준다
내년에는 자기 동시집을 들고 가서
시인들께 사인받고 싶다는 아이를 보며
내년에는 내가 어린이가 되어 들어가고
아이는 부모 참여시간에만 오는 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나도 안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