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행자
책 사랑 이름표 크리스마스 에디션 <책 여행자>를 샀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빨간색이 마음에 들었고 <독자> 보다는 <책 여행자>란 이름이 더 근사해서 탐났다. 이름표와 함께 온 엽서의 문구 또한 참 멋지다. 여행한 만큼이 내 세상이라니. 만약 책 읽는 사람 모두가 <책 여행자> 이름표를 달고 있다면 어떨까? 책 여행자를 만나면 반가워서 모르는 사람인데도 말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책 여행 중이세요? 그 책은 어때요? 저는 OO 책에 와 있는데 정말 좋아요. 한 번 와보시길 추천해요."
ON 문장: 여행한 만큼이 내 세상
오늘의 문장을 고르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나도 독서를 책 여행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 2022년에 만든 그림책 더미북 내용이 그랬다. 찾아서 읽어보니 '여행한 만큼이 내 세상'이란 의미를 나도 담고 싶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되돌아보며 글만 다시 적어보았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진심으로 만나면
여행이 시작돼요
그림책과 한창 연애중일 때라서 그림책을 만나는 법을 쓴 것 같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림책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얘기를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다 보면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림책 여행이 된다. 여행 후기를 쓰는 일이 내겐 서평이었다. 물론 그림책이 아닌 책들도 여행이었다.
내게 오는 게 아니라
내가 가는 거예요
두근두근 한 발 한 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는 과정은 여행 준비다. 하지만 책 여행을 떠나는 데는 의지가 필요하다. 책이 내게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를 '내가 가는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하는 마음을 '두근두근'이라고, 꼼꼼히 읽는 것을 '한 발 한 발'이라고 썼다.
첫눈에 반하기도 하고
천천히 빠져들기도 해요
어떤 책은 제목이나 표지부터 마음에 들어서 사게 된다. 프롤로그만 읽고서도 '이 책 참 잘 샀다', '글 참 잘 쓴다.'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첫눈에 반하는 순간이다. 어떤 책은 읽으면서 계속 밑줄을 치게 된다. 천천히 빠져드는 몰입의 시간이다.
눈으로 집어서 마음으로 먹어요
골고루 천천히 맛있게
글을 눈으로 읽으면 머리를 거쳐서 마음으로 간다. 음식을 먹으면 식도, 위, 장으로 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음식처럼 책도 골고루 천천히 음미하면서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며 맛있게 읽었으면 좋겠다.
내 얘기를 들어봐요
내가 힘이 되어줄게요
토닥토닥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아는지 책은 나를 울게도 웃게도 한다. 책은 다정하고 따듯한 친구처럼 내 마음을 알아줄 때가 많다. 언제든 찾아가 기댈 수 있는 '믿을 구석'이다. 내게 재미난 얘기도 많이 해준다. 자꾸 만나고 싶은 친구다.
춤추는 거 좋아해요?
나랑 춤출래요?
낯선 나라를 여행하며 아무도 날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때라면 사람들 속에 섞여 춤추는 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 발레를 하면 나도 발레를, 탱고를 추면 나도 탱고를 따라춰보자. 책 여행에서 만큼은 맘껏 춤을 춰보는 거다.
혹시, 내 선물이
마음에 드나요?
책 여행을 하고 나면 책이 주는 기념 선물이 꼭 있다. 책은 언제나 나에게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어 한다. 그림책 나라 여행에서 받아온 기념품으로는 자기 돌봄 세트가 가장 많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을
꼭 기억해 주세요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면 책 여행은 끝난다. 여행을 기억하고 싶다면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글을 써보면 좋겠다. 내가 그동안 쓴 책 리뷰나 서평은 나의 책 여행 기록이다.
여행은 늘 아쉽지만
또 다른 여행이 기다리고 있죠
여행이 좋았어도, 별로였어도 또 다른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한 7년 동안 주로 그림책 나라 여행을 다녔는데 요즘은 동시 나라도 재밌다길래 내년에는 동시나라로 자주 여행 갈 계획이다.
스마트폰 보듯이 책 읽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그 세상에서는 너도나도 책 한 권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일 평균 독서 시간이 두 시간이다. "그 책 읽어봤어? 그 작가의 다른 책도 좋더라." 서로 추천하기 바쁘다.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책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려야 할 곳에서 못 내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서 문제라고 연일 뉴스에 나온다. 오프라인 서점 방문은 예약제이고 북토크와 독서모임은 콘서트 티켓 예매처럼 오픈런해도 신청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선호하는 미래 직업이 작가, 출판사 사장, 편집자, 책방 주인이다. 좋은 책을 추천해 주는 <책 여행사>도 카페 수만큼 증가하고 있다.
이 세상에 책 여행자들이 많아지면 이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여행한 만큼이 내 세상이다. 내게 오는 게 아니라 내가 가는 것이다. 독서는 내가 가는 여행이다.
ON 문장: 여행한 만큼이 내 세상
OWN 문장: 내게 오는 게 아니라 내가 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