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하나가 그림자를 일으켜 세운다

송선미

by 착한별

10년 만에 신작 동시집을 낸 시인이 있다. 『마트료시카 꺼내기』 의 송선미 시인이다. 아직 이 분의 수업을 들은 적도 대면으로 얘기해 본 적도 없지만 동시집을 읽는 내내 중하고 꼼꼼한 성격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동시 독자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동시집을 읽을 때마다 수록된 모든 동시가 좋지는 않았다. 동시집에 들어있는 동시 50개 중에 마음에 드는 건 언제나 다섯 개~열 개 이내였는데 송선미 시인의 이번 동시집은 거의 다 좋았다. 든 시가 반짝거렸다. 년 공들인 티가 났다.

입에 붙는 좋은 동시에 멜로디와 가사를 입 노래를 유튜브에 올리는 작곡가가 있다. 이 작곡가 덕분에 글이 아닌 음악의 옷을 입은 동시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오늘 아침에 작곡가 레마 채널에 신곡 알람이 떠서 들어가 보았더니, 송선미 시인의 신작 동시집에 수록된 <초 하나>가 있었다. 듣고 또 듣다가 필사를 하고 그림도 따라 그려보았다.

https://youtu.be/AzC_DAJWZD8? si=WYNQFh9 FONNyNl4 Q

초 하나가
그림자를 일으켜 세운다

어둠 속에서 벽 앞에 선 소녀가 초 한 자루를 들고 있다. 벽이 없었다면 땅에 있었을 그림자가 벽이 있어서 몸을 일으켜 세운 모습이다. 벽에 생긴 그림자를 초 한 자루가 일으켜 세운 이라고 표현한 문장에 감탄했다.

레마 곡 버전의 동시 <초 하나>를 반복해서 들으며 필사하다 보니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 '초 한 자루', '그림자', '어둠', '', '나의 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소녀라면 들고 있는 '초 한 자루'는 무엇일까? 내 등 뒤의 그림자를 나는 어떻게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초 한 자루'가 신앙이나 부모라면 나에게 '초 한 자루'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나를 응원하는 마음이다. 오늘 동시 하나가 무너진 나의 마음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ON 문장: 초 하나가 그림자를 일으켜 세운다.
OWN 문장: 동시 하나가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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