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오늘은 얼마 전에 펀딩이 끝난 책에 사인도 하고 택배 포장도 도와드릴 겸 출판사에 다녀왔다. 어제 집으로 실물 책을 받았지만 오늘 출판사에 가서 6권을 모아놓고 보니 생각보다 예뻤다. 그중 주황색인 내 책을 펀딩 해주신 분들께 정성껏 사인을 했다. 사인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누가 내 책을 사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산 사람들 중에 의외의 사람이 몇 명 있어서 살짝 놀랐고 사준다고 했던 사람들이 명단에 없는 건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펀딩 구매가 익숙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나중에 인터넷 서점에서 사려고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사람 마음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고 다시 기운을 냈다.
그림책과 책으로 '자기 돌봄' 이야기를 하는 서평집을 내긴 했지만 나의 자기 돌봄은 초기 버전인 것 같다. 버전 1.0 쯤?
나이 탓인지 호르몬 탓인지 체력 탓인지 작년 말부터 엄청 예민해져 있다. 책을 내면서 신경 쓰느라고 예민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자꾸 눈에 보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리바리하고 나 하나 신경 쓰기에도 힘들 때는 보이지 않던 주위 사람들과 세상이 오히려 자기 돌봄 후에 선명하게 보인다. '이건 아닌데' 싶은 상황들을 그냥 넘기질 못한다. 어쩌면 그 조차 내 기준일 텐데 말이다. 그리고 박웅현 작가의 말대로 그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별로일 때 날 만난 걸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사람들과 있으면 쉽게 기가 빨리는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혼자 있어야 회복되는 사람이다.
인별그램을 보다가 "봄이다 이제 너도 꽃을 피워라" 문장에 울컥했다. 나의 봄은 언제일까? 지금이 봄일까? 이제 나의 봄이 시작된 거면 좋겠다. 나도 꽃피우고 싶다.
봄이 오니
화를 냈던 일
부끄러워진다
슬프게 했던 일
미안해진다
꽃이 피니
미워했던 일
뉘우쳐진다
짜증 냈던 일
속상해진다
나도 분명 꽃인데
나만 그걸
몰랐던 거다
봄이다 이제
너도 꽃을 피워라.
-시집 ‘나도 꽃인데 나만 그걸 몰랐네’, 나태주
봄이 오니 화내고 짜증 냈던 일이 미안해지고 속상해진다는 시가 내 얘기 같다. 나도 분명 꽃이라는 걸 믿어야겠다. 이번 봄에는 나도 꽂을 피워야겠다.
ON 문장: 봄이다 이제 너도 꽃을 피워라.
OWN 문장: 이번 봄에는 나도 꽃을 피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