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내가 나를 지키는 순간이다

오늘의 나를 쓰는 시간

by 착한별

생리 전이라서 그런지 계속 마음이 가라앉고 자꾸 짜증이 올라온다. 때때로 바뀌는 감정에 이제 조금은 대처할 수 있게 되었는데 호르몬은 내가 이기려야 이길 수가 없다. 르몬에 영향받은 감정은 컨트롤하기 어렵다. 사소한 것에도 예민해지는 시기니 되도록 스트레스받을 일을 피하고 많이 쉬는 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대하고 읽었던 책이 생각보다 별로인 것까지도 마음에 안 든다. 아마 다음 주에 다시 읽으면 또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다 마음에 안 들고 다 싫을 때니.


아들아, 엄마를 건들지 말자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이러니, 우리 집 남자 둘은 알아서 피한다. 내가 이러는 걸 이해는 못해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안다. 근데 또 그들이 눈치 보며 조심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사실 나는, 이리도 변덕스럽고 예민한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나는 것이다.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게 싫어서 단 것도 와구와구 왕창 먹어보고 산책도 해보고 명상 음악도 들어보았지만 별 소용없었다. 그래. 나 이번 달에도 호르몬에게 졌다. (언젠가는 꼭 이기고 싶다.)

오늘의 나를 쓰는 시간 | 정지우

그래도 내게 글을 쓸 공간이 있어서, 내가 글로 풀 수 있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분이 꿀꿀하면 책은 눈에 잘 안 들어오지만 아무렇게나 막 쓰는 글은 또 가능하다. 이렇게 다 쏟아내면 되는 거다. 내일 읽으면 창피할 수 있으니 이 글을 다시 보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그냥 쓰는 거다. 여기 다 써버리는 거다.

지금 읽고 있는 『오늘의 나를 쓰는 시간』에 보면, 글을 쓴다는 건 내가 나를 지키는 순간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오늘 내가 쓰는 글은 나를 지키기 위해서 쓰는 게 맞다. 지금 나는 호르몬 따위에게 지고 있는 나를 지키는 중이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상한 감정과 싸우며 나를 지키는 중이다. 그래도 이렇게 쓰니까 좀 낫다. 써야 하는 사람이네. 나.


ON 문장: 글을 쓴다는 건 내가 나를 지키는 순간이다.
OWN 문장: 써야 사는 사람이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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