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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별 Nov 06. 2024

너도 별이야.

 <별을 선물할게> 케이티 코튼 글, 마이렌 아시아인 로라 그림


이리 와, 아가야.
엄마한테 꼭 안기렴. 밤하늘의 별들 좀 봐.
환하게 빛나고 있어.



아기 곰을 부르는 엄마 곰의 다정한 목소리, 엄마 품에 안긴 아기 곰의 말랑한 몸, 아기 곰에게 밤하늘의 별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 곰의 마음, 자기도 별 갖고 싶다고 말하는 아기 곰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담긴 첫 장이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는다면, 특히 잠자기 전에 본다면  '우리 이야기'라고 빠져들만한 시작이다.   


엄마가 별을 따 줄게.
밤하늘을 수놓은 별 중에
하나를 너에게 줄게.
작은 별을 선물해 줄게.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갖고 싶다고 하는 아기 곰에게 엄마 곰은 별을 따주겠다고 한다.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세상 가장 고운 것들을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글 부분이 시나 노랫말 같아서 소리 내 읽으면 입에도 잘 붙고 마음에도 잘 붙는다. 글을 쓴 작가 케이티 코튼은 기차를 타고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원제는 Look up at the stars이다. 기차 안에서 본 별들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그걸 나누고 싶어서 이런 따뜻한 글을 썼을까?



반짝이는 별에 닿기 위해 엄마 곰과 아기 곰은 '올라와요산'에 가보기로 한다. 숲을 지나고 배를 타고 눈길을 지나 마침내 산꼭대기에 도착한다. 현실이라면 밤늦게 갑자기 엄마 곰이 아기 곰을 데리고 '올라와요산'에 가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림책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와 교감하며 읽은 책 이야기라면 더 실감 날 수 있다. 이 책이 잠자리 그림책으로 좋은 이유도 별을 만나고 온 마음으로 잠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꼭대기에 도착한 엄마 곰과 아기 곰. 엄마는 힘차게 뛰어오르고 높은 하늘로 두 팔을 쭈욱 뻗어보지만 별을 잡기는 어렵다. 나보다 큰 어른인 엄마도 잡을 수 없는 별이라는 걸 아이는 눈으로 직접 보게 된다. 별은 그렇게 우리가 있는 곳으로부터 멀리에 있는 것이었다. 엄마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별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별을 왜 딸 수 없는지 알려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우리가 못 봤을 뿐이야.


별을 찾으러 올라간 산꼭대기에서 아기 곰은 어두운 밤과 술래잡기하는 별들 말고도 캄캄한 어둠 속에서 숨바꼭질하는 빛들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한다. 그중에는 엄마 곰과 아기 곰이 사는 집도 있다. 멀리 있는 별만 반짝이는 줄 알았던 아기 곰은 가까운 곳에 반짝이는 소중한 것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다.





엄마 곰이 아기 곰에게 보여주고 선물해주려고 했던 별은 밤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 그 자체일 수도 있고 다른 의미일 수도 있다. 만약 별이 아이가 간절히 바라는 어떤 희망이나 이루고 싶은 꿈같은 것이라면 '올라와요 산'에 오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럴 때는 그림책 속 엄마 곰이 아기 곰에게 다정하게 설명해 준 것처럼 가이드해 주고 엄마가 늘 곁에 있다는 믿음을 주며 '마음 동행'을 해주면 어떨까? 오르는 길에는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고 넓은 바다를 건널 때 거친 파도를 만날 수도 있고 차디찬 눈에 꽁꽁 발이 시릴 수 있겠지만 별들이 가는 길을 환히 밝혀줄 거라고 려주자. 그리고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도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도와주자.


첫 장에서 아기 침대 옆 벽에 있던 'ㅂ'이 마지막 장에서는 '별'로 바뀌어 있다. 아기 곰이 덮고 있는 것도 별 이불이다. 아기 곰이 갖고 싶어 했던 반짝이는 별은 이미 갖고 있는 소중한 일상일 수도 있고 아기 곰 자체일 수도 있다. 엄마 곰이 아기 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너도 별이야."가 아닐까?




하늘에만 수많은 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땅 위에서 반짝이는 우리도 모두 별이다. 크기와 모양과 밝기가 다 뿐이다. 하늘의 별은 멀리 있기에 빛나고 높이 있기에 세상을 비출 수 있다. 우리 각자 자신의 삶에서 빛나고 있다.


<넌 어떤 별이니?> 용산 꿈나무 도서관 그림책 만들기, 2021

 

2021년에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그림책 더미북을 처음 만들어 본 적이 있다. '모두가 잠든 밤이면 아기를 기다리는 엄마 뱃속으로 별들이 하나씩 스며든다'라는 글을 담았다. 우리는 원래 모두 다 별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어설픈 작품이었지만 이 더미북을 만들면서 나도 있는 그대로 빛나고 있는 별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어떤 별로 살고 싶은지 생각할 수 있었다.



엄마, 배에 타고 있는 게 엄마랑 나 같아.


그림책 <별을 선물할게>를 아이에게 읽어주었더니 마치 엄마가 만든 책처럼 우리 이야기 같다고 했다. 내가 보여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은 것, 나누고 싶은 마음이 그림책 속 엄마 곰과 닮아있나 보다. 그 마음이 아이에게도 느껴졌다니 행복하다. 아들아, 너도 매일매일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야.  엄마의 소중한 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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