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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별 Oct 30. 2024

씨앗 뿌리기 딱 좋은 날

별 아저씨, 한담희 그림책, 책고래

엄마, 왜 쌀 한 톨이 농부의 눈물이야?



"쌀 미(米) 자는 열 십자(十)에 위아래로 팔(八)이 있어서 농부의 손길이 88번 간다는 의미래. 실제로는 88번 보다 더 많은 농부의 땀방울이 들어갔을지도 몰라."


그러니 밥 한 톨도 남기지 말고 싹싹 다 먹으라고 했더니 밥그릇에 밥풀이 붙어있을 때마다 아이는 같은 질문을 한다. 농부의 정성과 손길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의 영역이라서 나 같은 대답을 한다. 혹시 그림책이라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의 의미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아이에게 농부의 마음을 나보다 잘 설명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여기 농부의 마음으로 별농사를 짓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지난 9월에 책고래 출판사에서 나온 그림책 <별 아저씨>다.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 수록 도서인 <코끼리가 꼈어요>를 쓰고 그린 한담희 작가의 신작이다. 행성의 빛에 가까운 부분이 노란빛이 도는 어둠인 것이 인상적인 표지다. 배에서 행성으로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이 별 아저씨일까? 바다에 떠 있는 별들도, 제목 '별 아저씨' 위로 유성이 떨어지는 것도 모두 신비롭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세계를 보고 있는 듯하다. 앞면지에 유리병, 작은 주머니 등이 다. 이것들이 무엇인지 궁금할 독자에게 작가는 바로 알려주지 않는 센스를 발휘한다. 우선 창밖의 풍경을 두 번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게 한다. 걸려있는 모자의 주인도 보이는 사람도 우리가 추측하는 그 별 아저씨가 맞을 텐데 바로 확인할 수 없다. 얼굴이 안 보이는 옆모습 살짝 보고 그다음은 뒷모습을 살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에서 바라본  주변과 함께 찬찬히 보면서 상상해 보라고 작가는 안내한다. 글 없이 그림으로만 진행되는 장면들은 프롤로그 역할을 하면서 독자를 주인공의 공간으로 대한다.


씨앗을 뿌리기 딱 좋은 날이야.

 

드디어 아저씨가 처음으로 얼굴을 보이며 한 말이다. 집을 나선 아저씨의 모습과 주변 풍경 그리고 대사에서 연극 시작 슷한 분위기가 난다. 그나저나 어두운 밤이 씨앗 뿌리기 딱 좋은 날이라니. 별 씨앗이 있을 거라고 상상 못 한 독자에게는 박한 설정이다. 별 아저씨는 별들이 잠들어 있는 강을 건너 별밭에 도착한다.  표지가 별 아저씨가 별밭에 도착한 모습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씨앗을 심을 때는 햇빛 한 줌, 달빛 한 줌을 넣고 은하수를 충분히 줘야 해.


별 아저씨는 씨앗 심는 법을 알려준다. 햇빛 한 줌, 달빛 한 줌을 넣고 은하수를 충분히 주는 모습은 씨 뿌리는 농부의 모습을 연상시키동시에 마법 같은 환상에 빠져들게 한다. 씨앗을 심고 난 후 별씨앗을 위해 빛은 멀리 보내 어둠을 가까이 당기는 별 아저씨는 깊은 어둠과 거센 바람, 갑자기 쏟아지는 운석 온몸으로 받으며 씨앗이 싹 틔우기를 기다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독자는 별아저씨가 보낸 시간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어디든 날아가서 그곳에서 빛나는 별이 되렴
 

작가는 별 씨앗이 싹을 틔우고 별꽃이 핀 것 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작가의 한 방은 그다음이다. 수확한 별들을 자루에 담아 짊어지고 힘들게 높은 곳에 오른 별 아저씨가 후우- 불면서 별을 날리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독자의 마음속에 오래 기억될 감동 컷이다. 이 그림책을 읽고 나면 이제 별 아저씨 덕분에 동쪽 바다 작은 등대 위에도, 남쪽 나라 바오밥나무 위의 마을도, 저 멀리 북극까지도 별이 빛나고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 어쩌면 아저씨가 뿌린 별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고 또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나에게 '별씨앗'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마지막 장을 넘기면 뒷면지에 작가의 보너스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별아저씨가 다음에는 어떤 씨앗을 심 작가는 그림책을 본 자에게만 알려준다. 맞아요. 세상엔 그것도 꼭 필요해요, 아저씨.




"어디든 날아가서 그곳에서 별이 되렴" 장면도 물론 여운이 남아서 좋았지만 나의 원픽은  "씨앗을 뿌리기 딱 좋은 날이야."장면이다. 그림책을 보다가 한 장면에 마음이 계속 머문다면 나의 상황과 닮은 모습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씨앗 뿌리기 딱 좋은 날 아저씨' 것이다. 얼마 전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자 이곳을 기웃거리며 설레어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그렇게 좋아?"라고 물었다. 좋다. 내가 도착한 '별밭'은 이곳이다. 그리고 지금은 글씨앗 뿌리기 딱 좋은 날이다. 씨앗 심는 에게 필요한 햇빛 한 줌은 '긍정'이고 달빛 한 줌은 '즐기는 마음'이고 충분히 줘야 하는 은하수는 '꾸준함'이 아닐까? 리 보내야 할 가까이 당겨야  것은 '조바심'과 '할 수 있다는 마음'일 것이다. 내가 겪어내야 할 시련은 '자괴감'일 테고 기다림의 시간은 '깊이를 만드는 날들'일 것이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날이 오면 나도 후우---하고 필요한 에 가 닿으라고 말하며 뿌려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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