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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별 Dec 18. 2024

자기 자리에서 살며시 존재하는 초록별들

<별별초록별>|  하야시 기린 글, 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 김보나 옮김


다 재미없고 시시해.
그냥 혼자 있고 싶어.


첫 장에 보이는 누워있는 아이를 보고 웃음이 났다. 어떤 날의 내 아이 또는 내 모습 같아서였다. 재밌는 걸 찾고 싶고 혼자 있기 싫은 마음을 반대로 말한 것도 귀엽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사실 심심할 틈이 없다. 그림책 속 아이도 그렇다. 식탁 한가운데 있는 노란 귤 하나를 보고 달님처럼 둥글다고 느낀다. 을 보고 달님을 떠올릴 줄 아는 이  창의적인 어린이는 곧 '놀라운 발견'을 한다. 귤 배꼽에서 초록별을 발견다니! 내 아이였다면 감탄해서 정말 멋진 발견이라고 말해주며 한참을 박수 쳐주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는 건 큰 기쁨인데 이 아이는 일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새로운 걸 발견할 줄 아는 멋진 어린이다.


초록별 또 어디 있을까?


초록별이 또 있는지 궁금해진 아이는 더 찾아본다. 텃밭으로 간 아이는 호박도 토마토도 피망도 초록별 왕관을 쓰고 있는 걸 발견한다. 모두 초록별 아이초록별이 꽃을 안고 있다고 표현한다. 초록별을 찾고 알아보는 마음이 기특하고 예쁘다.


아이의 초록별 찾기는 계속된다. 하나의 발견이 신나는 놀이로 확장되었다. 심심했던 아이는 이제 없다. 우산 구멍으로 나온 햇살은 물웅덩이에 뜬 별이 되고 나뭇잎별들이 가득 모여 초록별 은하수를 만든다. 이제 발견은 상상이 되고 꿈이 된다. 아이는 초록별 은하수를 달려 별똥별을 잡을 거다. 

나도 별이야.


두 팔 크게 벌리고 누운 풀밭 초록별들처럼 아이도 두 팔 벌려 눕는다. 그랬더니 초록별들과 손 잡별자리가 되었다. 아이의 편안한 마음이 내게도 전달된다. 이 장면을 보며 나도 아이처럼 초록별밭에 누워 '와, 기분 좋아'라고 말하고 다. 독자그런 마음을 예상한 작가는 다음 페이지에 친구들이 다가와서 아이 곁에 눕게 한다. 그렇게 초록별이 하나씩 늘어가고 별의 아이들은 하나의 별자리가 된다.





우리에게서 아주 멀리 있는 별이 아니라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에서 별을 발견하는 법을 알려는 그림책이라서 소중하고 특별하다. 귤의 배꼽에서 처음 발견한 '초록별' 초록별 왕관, 초록별 은하수, 초록별 풀밭, 초록별의 아이들, 초록별 아이들의 별자리로 연결 및 확장되는 것이 재밌다. 우리는 모두 별의 아이들이고 손에 손을 잡으면 별자리가 된다는 메시지도 감동적이다. 작가는 자기 자리에서 살며시 존재하는 초록별 하나하나가 초록별 지구를 빛내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초록별 중의 하나인 나는 오늘도 내 자리에서 살며시 존재하며 빛을 내는 일에 집중해야겠다. 나와 연결된 초록별들과 하나의 별자리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P/S

제 글 읽으신 여러분, 별자리 이탈하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별의 아이들 그리고 하나의 별자리랍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기로 해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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