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동주는 밤새워 내린 눈이 온 세상을 덮은 모습을 보고 '눈 이불'이라고 표현한 시를 썼다. 그는 살펴보고 느낀 것들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아두는 섬세한 아이였다.눈이불은 어린 동주의 마음도 따스히 덮어주었을 것이다.
유난히 책 읽기를 좋아했던 동주의 모습이 보인다. 죽기 전까지 삶의 많은 부분을 공유했던 사촌 형 송몽규와 책을 돌려가며 읽던 시절의 모습이다.송몽규가 중학생의 신분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일이 윤동주에게 동기부여가 되어 시를 더 열심히 쓰게 되었다는 일화가 생각났다. 좋은 자극은 원동력이 된다.
아버지, 저는 시를 쓰고 싶어요.
집안을 위해 의사가 되라는 아버지에게 시를 쓰고 싶다고 말하는 동주의 모습이다.아버지가 끝끝내 반대했어도 윤동주는 시인이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맑고 정직한 마음을 지닌 시인이 나라를 빼앗긴 슬픔과 부끄러움을 쓴 시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다. 그는 우리 곁에 시로 남아서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 각자자신의 '우물'을 들여다보라고,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라'라고, 내로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새로운 길'을 가라고.
새로운 길이 있을 거야.
유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바꾼 윤동주는 자신의 이름이 '히라누마 도주!'라고 불릴 때마다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 그때의 마음을 담은 시가 <참회록>과 <새로운 길>이다.그림책에는 시가 나오지 않지만 찾아 읽으면 그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다.자기반성과 자아성찰은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그림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에죽은 윤동주의 모습을 하나의 별처럼 그렸다. 별을 사랑하고 별을 노래한 윤동주는 커다란 별이 되었다. 그는 너무도 짧고 슬픈 생애를 살다 떠났다. 그의 중학교 후배인 105세 김형석 교수는 올해 <김형석, 백 년의 지혜>라는 책을 냈다. 윤동주 시인이 살아있었다면 어떤 시들을 썼을까? 별이 아슬히 멀듯이, 시인도 멀리 있다. 하지만 '별이 바람에 스치우는'밤이면 그는 우리의 가슴속에서 반짝인다.
별 하나에 동주와 별 하나에...
<별 헤는 밤> 시에서 시인은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을불렀다. 아름다운 말 한마디는 그가 살면서 만났던 그리운 사람들의 이름이었다.이제는 우리가 그의 이름을 불러보면 어떨까? 별 하나에 동주와,라고.
내 이름은 은주다. 윤동주(尹東柱)와 같은 주(柱)를 쓴다. 그래서 나도 시인이 될 운명인가라고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이름에 같은 한자가 들어간다는 것만으로 영광이다.
내가 별을 사랑해서'착한별'이라고 필명을 정한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가 남긴 시처럼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별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별 하나에 은주와, 로 기억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