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노래하는 별>인데 별이 보이지 않는 표지다. 머리 위에 나무가 있는 소년과 그 나무를 둘러싼 음표들은 무엇일까? 설마 아이 이름이 별은 아니겠지? 그동안 그림책을 읽어온 짬밥으로 추측해 보자면 '노래'와 '별'에 분명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기타를 메고 걸어가는 아주 작게 표현된 아이 위로 큰 손이 하나 보인다. 엄지와 검지로 들고 있는 건 씨앗이다. 큰 손이 클로즈업된 다음 장면에서는 큰 손이 씨앗을 떨어뜨린다. 아이 머리 위로 떨어진 씨앗은 새싹이 되고 그다음에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아이 머리 위로 자란 나무를 보고 깜짝 놀란 새들의 표정이 재밌다. 곧 나무는 새들의 공간이 된다. 시끄럽게 느껴졌던 새들의 노랫소리가 소년에게 음표로 보이기 시작하는 장면이 참 멋지다.
새들에게서 영감을 얻은 아이가 노래를 시작하자 아이부터 어른까지 사람들이 모여든다. 새들과 사람들의 입에서 노래가 나온다.함께 어울려 논다, 그러다가 두 번째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열매와 씨앗을 맺은 소년의 나무에서 새로운 씨앗이 뿌려지고 사람들 머리 위에 저마다의 빛깔을 지닌 나무가 자란다. 동물들 머리 위에서는 꽃이 자라는 것도 깨알 재미다. 당황스러운 것은 잠시일 뿐 다시 함께 노래를 부른다.
그다음부터 이어지는 장면들은 하이라이트이자 이 그림책이 전달하고픈 메시지이다. 다양한 색과 모습의 나무들을 가진 노래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아름다운 지구를 눈으로 볼 수 있다. 노래하는 별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구의 노래는 우주까지 울려 퍼진다. 다른 별들도 음표가 된다.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노래하게 한 작가의 발상이 대단하다. 그때 우주 배경에 등장하는 기타를 연주하는 손. 그 손은 그림책 첫 장에서 소년에게 씨앗을 뿌린 그 손일 것이다.
한 어린이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흰돌 작가-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과 사람이, 자연과 사람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서로 존중하길 꿈꾸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가는씨앗을 뿌렸다.그림책 <별 아저씨>의 별씨앗과 닮았다. 희망의 씨앗이다.
큰 손, 나무, 노래 그리고 별
처음에 소년의 머리 위에 씨앗 하나가 떨어진 것을 보고 하나님이 주시는 달란트인 줄 알았다. 큰 손은 신적인 존재라고 보았다. 그런데 몇 번을 다시 읽다 보니 작가의 마음씨앗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표현하고 싶었던 어린이의 마음을 독자에게도 심어주었다.
어린이의 마음으로는 새도 동물도 나무도 모두 소중한 친구다. 지구를 아프게 할 수 없다. 땅 위가 아닌 사람의 머리 위에 나무가 자란다는 설정이 신박하면서도 탁월했다. 사람이 곧 나무가 되니 사람과 자연은 뗄 수 없는 하나임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한다. 서로가 전하는 것이 '노래'라면 기쁨도 슬픔도 함께 할 테니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서로 싸울 일도 없을 것이고 전쟁도 일어나지 않을것이다.
이 글 없는 그림책에 흐르는 따뜻한 노래를 듣고 마음에 씨앗 하나 심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우리는 '노래하는 별'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이 누군가에게 고운 노래로 들리고 내가 쓰는 글이 잔잔한 울림을 주는 노래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