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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만난 나에게

관점과 태도

by 착한별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2024년에 해결되지 않은 것들을 그대로 가져온 것도 있어서 마음이 심란한 1월이기도 하다.


불안, 걱정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을 가라앉히고 희석시키기에는 그림책만 한 것이 없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림책은 읽을 때마다 독자의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읽힌다. 안나 파슈키에비츠와 카시아 발렌티노비츠가 함께 작업한 3부작 시리즈 <아무 씨와 무엇 씨>, <왼쪽이와 오른쪽>, <어제 씨와 내일이> 그림책을 다시 꺼냈다. 2025년 1월의 나에게 주는 메시지가 또 다르다.


그림책 <아무 씨와 무엇 씨>

살면서 가끔씩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형편없고 보잘것없는 존재 같아서 한없이 작아지곤 한다. 아무것도 아니라서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짜증 나고 힘든 시간 있다.


하지만 건강검진 결과에 아무 이상이 없을 때, 자동차 접촉 사고가 났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을 때 등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 때도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무것도 없는 게 좋을 때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도 '아무것도'라는 말은 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큰 걸까?


반면 '무엇'이라는 말은 '아무'보다는 존재감이 있다.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면 기쁘거나 놀라워한다. 내가 무엇이라도 된 것 같으면 자부심이 들고 스스로가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무엇'은 늘 좋은 의미일까?


그림책 <아무 씨와 무엇 씨>
그림책 <아무 씨와 무엇 씨>
아무것도 없는 아무 씨와
뭔가 있어 보이는 무엇 씨


그림책 <아무 씨와 무엇 씨>에서 아무(Nothing) 씨는 없음, 결핍을 그리고 무엇(Something) 씨는 있음, 충만함을 뜻한다. 하지만 그림책 말미에서 우리가 있음, 완전함, 소유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부족함이나 불완전함, 없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편견임을 깨닫게 한다. 있음이 꼭 좋고 없음이 꼭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뒤집어서도 생각해 보라고 그림책은 조언해 준다.


새해에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리 해야겠다. 무언가 된 것 같아도 마냥 우쭐지 말아야겠다. 걱정되는 일들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일에서는 작은 성과가 될만한 무엇을 만드는 한 해가 되도록 해야겠다.





그림책 <어제 씨와 내일이>


시계에서 나온 듯한 크고 작은 숫자들이 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시계 부품으로 보였고 다시 읽었을 때는 우리가 보냈고, 보내고 있고, 보낼 '시간'으로 보였다.


그림책 <어제 씨와 내일이>
어제 아저씨의 말도 꽤 일리가 있어요.
...내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 아마도 가장 중요한 건...


그림책 <어제 씨와 내일이>는 시계공의 작업장에서 일어난 어제와 내일 사이의 논쟁을 다루고 있다. '어제 씨'와 '내일이' 사이의 논쟁에서 소신 발언하는 명쾌한 '오늘이'가 나온다. 소중한 추억과 경험을 간직한 과거, 미래의 희망을 품게 하는 내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있는 오늘 중에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 일까 생각해 보게 한다.



지금 이 순간은 찬란한 꽃밭


표지부터 이어지는 꽃밭은 '찬란한 지금 이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일정 기간만 존재하는 짧은 생명력을 갖고 있는 나비를 통해 금세 지나가버릴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고 말하고 있다.


작년에 이 그림책을 읽었을 때는 '그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해.'라고 생각했다. 무조건 '오늘이'의 편이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미래는 알 수 없으니 그저 현재에 집중해서 살아가는 것이 맞다고 믿었다.


그런데 한강 작가의 인터뷰 글을 보고 어제, 오늘, 내일의 의미와 연결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한강 작가의 말대로 과거가 현재를 구하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 것을 우리는 2024년 겨울에 보았다.


그렇다면 어제 씨와 오늘이와 내일 씨는 모두 하나의 시간이 그걸 나누는 건 눈금선이 아닐까? 눈금의 틈으로 과거, 현재, 미래가 서로 영향을 주고 연결이 되는 게 아닐까?


과거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역사책들과 더불어 고전도 챙겨 읽어야겠다. 올해는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면서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팁을 얻어야겠다.





그림책 <왼쪽이와 오른쪽>은 흙투성이 신발 한 켤레가 소재인 이야기다. 둘은 매일 같은 길을 걷지만 각의 방향이 다르다. 생각이 다르다는 건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관점은 세상과 상황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림책 속 왼쪽 신발과 오른쪽 신발처럼 말이다. 물론 관점에 따라서 생각, 감정 그리고 행동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관점이 행복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떤 관점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작가는 긍정적인 관점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우리라서 세상을 보는 '관점'은 다르지만 그림책 <왼쪽이와 오른쪽>을 읽고 행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이유'를 발견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는 그림책이다.



'아무'이면서 '무엇'이기도 한 삶, 어제 씨와 오늘이와 내일가 모두 의미 있는 삶, 어떤 날은 왼쪽이 또 어떤 날은 오른쪽이가 되기도 하는 삶. 우리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양면성과 다양성을 보는 눈, 세상을 보는 긍정적인 관점, 찬란한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는 태도로 2025년을 살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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