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방영된 <섹션TV연예통신>의 <원탁의 기자들>을 보고
어김없이 TV를 켰다.
월요일 저녁이면, 아무 것도 안 하지만 더 격렬히 아무 것도 안 하고 싶고, 아무 생각도 안 하지만 더 격렬히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다. 여기엔 TV만한 게 없다. 월요병 환자라면 공감할 것이니 부연 설명은 하지 않겠다.
어김없이 MBC를 봤다.
월요일 저녁, 발빠르게 연예 소식을 전하는 <섹션TV연예통신>에 가장 좋아하는 코너가 있다.
바로 <원탁의 기자들>! 이 코너는 "연예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연예부 기자들의 토크 대결"이라며 스스로를 소개한다. 박슬기 리포터와 안진용 기자(문화일보), 김지현 기자(TV리포트), 황영진 기자(텐아시아)가 원탁에 둘러 앉아 주제에 관한 연예 이야기들을 풀어 나간다. 주제 속에서도 키워드를 뽑아 토크를 진행하는데 처음 듣는 연예계 이야기가 많아 월요일 저녁이면 기다려지는 코너다.
이번 주 <원탁의 기자들>의 주제는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
매년 5월이면 전세계의 영화인들이 프랑스 칸에 모인다. 1946년부터 이어진 칸 영화제는 오늘날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영화제'하면 '칸', '칸'하면 '영화제'가 떠오를 것이다. 우리나라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라 올해도 연예부 기자들의 관심이 칸에 쏠렸다. 5월 8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 폐막 후 2일 후인 21일 방영된 <섹션TV연예통신>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나갔다
<원탁의 기자들>도 필자와 마찬가지로 칸영화제의 권위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후 올해의 칸 영화제가 특별한 이유를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으로 꼽았다. 블란쳇이 입은 드레스는 3년 전 그녀가 칸의 레드카펫에서 입었던 드레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지현 기자가 설명하는 동안 화면에는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하이힐을 벗는 장면과, 케이트 블란쳇이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기사가 "지나갔다." 그렇다. 지나갔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장면에서도 "하이힐을 벗는 퍼포먼스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권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지나갔다.
엄격한 드레스 코드
이어 칸의 "엄격한 드레스 코드"로 화제가 바뀌었다. 칸 영화제에 입장하기 위해 남성은 정장, 나비 넥타이, 검정 구두를 착용해야 하고(남성 기자도 마찬가지!) 여성은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여성 기자의 경우, 검정 치마나 바지, 검정 자켓과 검정 하이힐을 착용해야 한다). 칸의 깐깐!한 드레스코드는 올해뿐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논란이 됐다. 특히 2015년 <캐롤>을 보기 위해 입장하던 한 여성이 플랫슈즈를 신었다는 이유만으로 관람하지 못한 일화가 있다. 이에 화가 난 에밀리 블런트가 영화제 측에 항의했고 2016년 줄리아 로버츠는 '힐게이트'라 불리는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보란 듯이 맨발로 걸었다.
안진용 기자가 그들의 항의에 항의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나의 룰로,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것! 100명 중 99명이 규칙에 따르는데, 단 한 명이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여길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김지현 기자는 이에 반론을 펼쳤다. 권위에 도전하는 퍼포먼스도 멋있다며 줄리아 로버츠의 맨발 퍼포먼스를 언급했다.(김지현 기자는 '올해'라고 했으나 2016년에 일어난 일이다) 일반인마저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것은 융통성이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둘의 갑론을박이 흥미로웠다. <원탁의 기자들>뿐 아니라 칸에서도, 할리우드에서도,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도 이런 논쟁이 오간다.
<원탁의 기자들>에 바란다
하지만 필자는 <원탁의 기자들>에 바란다. "지나갔다"던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하이힐 퍼포먼스와 케인트 블란쳇의 미투 기사, 그리고 줄리아 로버츠의 맨발 퍼포먼스. 이 셋은 칸 국제 영화제의 드레스 코드, 칸의 권위에 도전하는 퍼포먼스일까? 이외에도 이번 칸 국제 영화제에는 아시아 아르젠토의 미투 고발도 있었고 케인트 블란쳇을 포함한 82명의 여성 영화인이 행진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퍼포먼스들의 목적은 영화계의 성차별 문화를 비판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71회의 역사를 가진 칸 국제 영화제지만, 케이트 블란쳇은 12번째 여성 심사위원장이다.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여성 감독은 82명, 남성 감독의 1/20이다.(이에 케인트 블란쳇을 포함한 82명이 팔짱을 끼고 행진한 것!) 또 감독상 수상자 중 여성 감독은 단 2명이다. 여성 영화인들은 이 숫자들의 함의에 항의를 든 것이고 그 수단 중 하나가 드레스 코드였을 뿐이다. 행진한 여성 영화인 82명은 레드카펫에서 영화계 내 성평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케인트 블란쳇은 "우리는 모든 산업의 여성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고 말했다. 답은 여기에 있다. 칸에서 보인 퍼포먼스는 성차별 문화를 비판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원탁의 기자들>뿐 아니라, MBC에서 이 이야기를 인터넷 뉴스로만 다뤄 아쉬웠다. 세계의 이목을 받는 칸에서 이례적인 퍼포먼스를 펼쳤을 때, 그들은 무언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MBC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