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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주현 Nov 01. 2020

목표 프랩하기 : 계획형

버킷 리스트 노트에는 두근거리는 올해의 목표들이 적혔고, 플래너에도 각 항목들이 위치할 자리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제 이 멋진 재료들을 다듬고 먹기 좋게 손질해 볼 차례입니다. 적절한 순서와 방식으로 매일매일 갖고 다닐 진짜 목표로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앞서 표기한 버킷 리스트의 유형별로 플래너에 담아 보겠습니다. 이 작업은 적절한 리서치와 고민이 수반되므로 조금은 차분한 마음으로 따듯한 차 한잔과 함께 천천히 작성해 보기 바랍니다.   




만다라트에 목표 배치하기

계획형 목표는 만다라트에 배치합니다. 만다라트는 일본의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로 인해 유명해진 자기개발 방법론입니다. 9열 9행의 표를 활용하여 총 8가지 주제를 잡고 각 주제별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세우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총 64가지의 실천 계획이 나오게 되는데 주제 자체도 너무 추상적이거나 광범위하게 잡힐 수 있는 경향이 있어서 저는 좀 더 좁은 의미로 만다라트를 활용합니다. 먼저 1번부터 8번까지 영역에 순서와 상관없이 버킷리스트의 계획형 목표를 옮겨 적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버킷리스트에 있는 글자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구체화를 거쳐야 합니다.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하게 적힌 목표는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지 명확성이 떨어집니다. '다이어트 성공하기'보다는 '10월 바디 프로필 촬영하기' 혹은 '체지방 10% 달성하기' 같이 성패가 정확하게 구분되는 구체적인 목표로 바꾸어 적는 것이 좋습니다.


버킷리스트에 적혀있는 계획형 목표 중 동그라미 친 항목이 8건이 되지 않다면 그만큼의 만다라트를 비워 둡니다. 단, 8건이 넘는다면 우선순위에 따라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8건까지만 정해주세요. 사실 8건을 다 이루는 것도 엄청난 일이라 목표의 개수가 우스워질 때쯤 추가적으로 더 많은 목표를 계획하시면 됩니다.


위 양식의 각 숫자는 두 번씩 적혀 있으므로 동일한 내용을 두 번씩 적게 됩니다. 각 목표를 단순히 옮겨 적는다기보다는 마음에 새긴다는 느낌으로 조금은 경건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적어보세요. 우습게 들리시겠지만 이 손으로 옮겨 적는 행위 자체가 이미 이 일을 시작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속는 셈 치고 믿어보세요.


하위 목표 작성하기

모든 항목이 옮겨졌다면 이제 각 목표의 잔가지를 칠 차례입니다. 위 그림에서 숫자 주변의 색깔이 표시된 영역에 해당합니다. 여러분이 옮겨 적은 목표 주위로 각각 8개의 빈칸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빈칸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 혹은 필요한 과업들을 적어 넣습니다. 아래 예시를 들어 이해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바이스 가을 여행 떠나기' 목표의 하위 목표들


바이크 여행이라는 목표를 위한 7가지 단계가 정해졌습니다. 순서가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1번 항목에서 결정된 바이크의 배기량과 제어 방식에 따라 2번, 3번 원동기 면허의 필요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하위 목표들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목표에 관한 최소한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원동기 면허의 조건, 주유 계획의 중요성 같은 요소들을 알지 못하면 디테일한 하위 목표들을 정하는데 제한이 있습니다. 즉, 계획형 목표는 해당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떠한 과정이 필요한지 조사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또한 하위 목표 역시 추상적으로 작성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목표를 옮겨 적으며 수정했던 것과 같이 하위 목표도 했음과 하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구체적인 워딩으로 작성하길 바랍니다.


작성을 하다 보면 하위 목표가 8건을 넘어서서 목표를 둘러싼 만다라트의 칸이 모자라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심스럽게 추천드리고 싶은 것은 하위 목표 또한 8개를 넘게 계획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너무 많은 프로세스를 미리 계획하다 보면 실행하면서 적지 않은 경우에서 지치는 일도 많고 진행하다가 실제로 의욕과 흥미가 마구 커져서 계획된 것보다 많이 달성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를 저는 계획의 여백이라고 부르는데 이 여백을 조금은 남겨두는 차원에서 저는 너무 많은 항목을 달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이 제가 8칸으로 제한되어 있는 만다라트 양식을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위클리 To Do로 배치하기

다음은 제 연간 계획 노하우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작성한 하위 항목들을 전부 52개의 주로 이루어진 위클리로 배치하는 일입니다. 즉 면허학원 등록은 3월 첫째 주에 할 거야, 6월 생일을 맞는 친구를 위한 서프라이즈 파티는 5월 둘째 주부터 기획해 볼 거야 정도입니다. 그냥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각 주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펼쳐서 그 주의 To-Do에 옮겨 적습니다. 이것이 굉장히 강력한 행동 유발 장치입니다. 소망에 가깝게 떠다니던 목표들에 일정이 부여되면서 '계획'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 주에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압박감을 느끼지 마세요. 목표들에 따라서 단지 시작하는 시점을 정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일정 조정이 필요한 경우 차주로 이월될 수도 있습니다. 대략적인 일정을 잡아둔다 정도로 생각하시고 배치해보세요. 각종 목표들의 하위 목표들이 어떻게 배치되고 스케줄링 될 것인지 시간을 분배하는 작업도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플래너의 위클리 To-Do 영역으로 옮겨줍니다



이름 쓰기

계획형 목표 설정이 거의 끝났습니다. 너무 완벽하게 완성하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우리의 계획은 언제나 보강 수정이 가능합니다. 어찌 보면 계획을 세우는 일보다 해당 주가 되었을 때 각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시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중요한 마지막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가장 가운데 칸에 나의 이름을 적는 것입니다. 이름 적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요? 지금의 내 이름을 적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다라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목표를 기분 좋게 달성한 미래의 내 이름을 적는 겁니다. 눈을 감고 잠시 상상하셔도 좋습니다. 목표를 하나하나 달성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만족해하는 나의 모습. 만다라트에 구성된 모든 버킷 리스트에 취소선을 박박 긋고 난 후의 시원한 맥주 한 잔. 모든 목표를 다 이루었을 때 나 자신에게 선물 하나를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그 선물을 받은 미래의 나를 상상하는 것도 즐겁겠지요. 가능한 디테일하고 분명하게 상상해 보면서 가장 중심의 빈칸에 나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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