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찰펴보다

트럼프라는 파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박종훈 - 『트럼프 2.0 시대』 서평

by 찰란

두 번째 트럼프, 두 번째 시련


두 번째 파도가 오고 있다. 트럼프라는 이름의 거대한 파도가. 첫 번째와는 달리 더 높은 파고와 강한 물살로 우리나라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고 있다. 이것이 위기가 될지 새로운 기회가 될지는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달려 있다.

해리스를 제치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선거 캠프부터 취임 연설까지 반복적으로 공표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슬로건은, ‘미국 우선주의’가 한층 더 강화될 앞으로의 국제 질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6년 ‘1기 트럼프’ 정권의 시작 당시에는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주겠다는 다소 온건했던 메시지로 문을 열었던 데 반해 이번 ‘2기 트럼프’ 정권은 ‘미국 황금시대’를 내세우며 훨씬 더 강경한 메시지로 그 시작을 알렸다.

미국 대통령은 단순히 한 국가의 대통령을 넘어서는 위치이다. 국제 정세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사실상의 ‘세계 대통령’의 자리에 두 번째 오른 트럼프는 이전보다 더 강하고 빠르게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 자명하다. 유럽, 중동, 아시아 국가들 모두가 다가올 트럼프 2.0 시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년간 국내외 경제 전문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서적을 출간한 경제학 박사 출신의 저자 박종훈은 정치, 국제, 경제, 사회 네 가지 분야의 챕터에 걸쳐 트럼프 2.0 시대에 다가올 분야별 주요 정책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변화를 예측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 전 세계적 무력 충돌 가능성 고조, 소비 침체 등의 미래를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근거와 함께 예측했다.

그러나 저자는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경제나 정치를 전문적으로 아는 이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시사 상식만 있다면 누구나 책의 논지를 잘 이해하고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였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원론적인 개념보다, 대만을 둘러싼 갈등, 이스라엘-하마스 중동 전쟁, 신재생 에너지 중심 산업에서 화석연료 에너지 중심 산업으로의 전환 등 현 시국의 주요 현안과 쟁점을 다루고 있어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바다 건너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문제


지정학적으로도, 외교나 경제 협력 관계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국내 경제 현황에 그 누구보다 박학한 저자는 국제 정세와 미국의 상황만을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로운 트럼프 정권의 기조에 발맞춰 우리나라가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분명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지 않다. 공교롭게도 트럼프가 당선될 때마다 되풀이된 탄핵 정국으로 가장 중요한 임기 초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을뿐더러, 저출산으로 인한 초고령화 사회 진입, 지속되는 경기 침체 등 고질병 같은 국내 문제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AI 사업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서 따라가기만 해도 바쁜 때에, R&D 예산 삭감이라는 자충수를 둔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 형국을 타개해 나갈 수 있을까. 출산율 0.7대라는 절망적인 인구 절벽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우리가 맞이할 에너지 수급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물음에 저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저력이 있는 국가이니만큼 트럼프 2.0 시대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우리의 행동 방향을 설정한다면 제2의 한강의 기적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2.0 시대』는 단순히 국제 정세를 분석한 딱딱한 보고서가 아닌, 향후 4년간 우리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부드러운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내용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간결함


표지는 상아색과 검은색 두 가지 색상만을 활용했고 특별한 그림을 활용하기보다 선과 글의 배치만으로 디자인을 하여 전반적으로 간결한 인상을 준다. 표지의 절반 이상을 제목을 표기하는 데 쓴 것이 인상적인데, ‘트럼프 2.0 시대’라는 궁서체 활자가 주는 힘만으로도 책의 무게감을 더할 수 있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표지의 간결함은 속지로도 이어진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를 사용한 속지로 챕터를 구분하였다. 세부 챕터는 한 장의 장표로 구분된다. 회색 바탕의 앞면 정중앙에는 책의 제목과 부제가 원圓 안에 쓰였으며, 고동색 바탕의 뒷면 정중앙에는 ‘Trump 2.0 Era’라는 문장이 쓰였다. 별다른 설명 없는 무채색의 속지는 트럼프 2.0 시대가 내포하는 무게감과 진중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하다. 각 세부 챕터의 제목은 구분선과 함께 제목과 동일한 글꼴을 사용하여 두 줄로 표기했는데, 간결함이 주는 통일감 때문인지 마치 경제 분석 리포트를 넘겨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는 불필요한 형식보다 내용 그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기획 의도가 드러나는 지점 중 하나이다.

경제학 용어나 지정학적 설명, 연도별 사건 등의 개념은 배경지식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풀어썼으나, 독자의 허들을 좀 더 낮추기 위해서라면 금리와 물가, 인플레이션 간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 자료나 각 국가별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 그림/뉴스 자료가 더 추가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아직 저력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지금이라도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청년들의 미래, 진정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아직 우리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p.267)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예방접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