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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란 Jan 04. 2024

우육면은 5분 만에

퇴고 없이 쓰는 글

우육면이 5분 안에 안 나오면 주인장이 음료수를 갖다 준대요.

직접?

쓰여 있는데요? 직접, 이라고?

나 같으면 그럴 시간에 육수를 조금이라도 더 끓이고 있겠다.

에이, 무조건 1분 안에 나오니까 저렇게 써 놨겠죠.

하긴, 배달 앱도 30분 걸린다 하고 15분 만에 오는데.

한국은 진짜 너무 빨라요.

빠르면 좋은 거지 뭐.

여기 생활의 달인이 하는 곳인가 봐요.

무슨 달인이지? 우육면의 달인?

스피드의 달인일 수도 있겠네요.

요즘 안 빠른 사람이 어딨어.

저 아까도 화장실 갔다 오느라 5분 늦었는데.

근데 생활의 달인이면 꽤 유명하지 않아?

요새는 세상에 달인이 너무 많아서.

근데 여기 체인점 아니었나?

어 그러네요?

체인점이네.

엉뚱한 사람이 나오면 좀 그런데.

응?

간판에 본명 걸어놓고 직접 나와서 음료까지 준다 해놓고 생판 다른 사람이 나오면 그건 이상하죠.

에이, 그래도 음료 준다는데 그게 어디야.

하긴, 요즘 세상에 공짜면 뭐든 좋죠.

우리 차례다.

저희 차례네요.


그건 했어?

그건 아직.

저건 아직이지?

그건 했어요.


벌써 나왔네.

5초 만에 나왔는데요?

레토르트다 레토르트야.

완전 비빔면인데.

응?

식당까지 걷고, 줄 서서 기다리고, 먹는 순간 중에 먹는 순간이 제일 짧을 것 같아요.

찰칵.

찰칵.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먹어.


오, 맛있다.

국물이 되게 진해요.

금방 끓인 것 같지 않고 원래 계속 끓이던 건가?

김치 안 드세요?

제가 어제 술을 좀 마셔 갖고 해장되는 기분이에요.

원래 평일 약속은 거의 없는데.

어우, 속이 좀 풀린다.

김치 더 퍼 올까요?

다 드셨어요?

사장님 여기 물 좀 갖다 주실래요.

따라 드릴게요.

저는 심사숙고의 달인인 것 같아요.

뭐랄까, 저 빼고 다 앞으로 엄청 빨리 가는 것 같은데, 표지판에는 분명히 제 속도가 맞다고 쓰여 있거든요.

근데 다 앞으로 가요. 쌩쌩.

그니까 이런 우육면은 좀 너무하다는 거예요.

우육면이 이러면 안 되지, 그래도 우육면인데.

그쵸?

김치 안 드실 거면 저 주세요.


갈까?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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