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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란 Jan 25. 2024

할 말이 없네

퇴고 없이 쓰는 글

나는요 딱 여기까지만 할래요

이제 와 함부로 말을 바꾸지 말아요

저녁이 되면 헤어지기로 했잖아요 각자의 집을 향해 각자의 고양이를 만나러


나는요 아침이 되면 아주 무서워져요 새벽이 되면 서글퍼져요

이런 나를 감당할 수 있겠어요

기회를 줄게요 어서 그 말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요 말도 민망해하잖아요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기침만 하잖아요

잠을 자러 제주도까지 간다고요

마지막으로 갔던 제주도에서 저는 제대로 말을 못 타고 돌아온 적이 있어요 왜 남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그래요 할 말이 없네 정말로


웃어넘기려고 하지 말아요 웃으면 배가 아파요

차는 어떻게 하려고요 차는 배나 비행기보다 느리잖아요 그걸 왜 두고 가요 멀쩡한 차는 말보다는 빠른데

집이 아닌 곳에서는 잠을 잘 못 자요 집에 가면 안 될까요 집에 있어도 집으로 가고 싶은 사람이에요

집에게도 쉴 집이 필요해요 말에게도 할 말이 필요한 것처럼


나는요 꽤나 확고한 사람이에요 아무리 나를 웃기고 옆구리를 간지럽혀도 넘어가지 않아요

기대하지 마요 내가 바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요 움찔거리지 않으리라 다짐한 사람을 간지럽히는 일이 어디 그렇게 쉬워 보이나요 손가락에 침이나 바르고 들이미세요

웃으면서 하는 얘기라고 흘려들으면 안 될걸요 말주변이 없다고 해서 할 말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요

나 진짜 여기까지만 할 거예요

두 번 말을 했어요 세 번을 말하게 하지 말아요

인내심이 바닥나면 집으로 가 버릴 테니까 그전에 내 말을 한 번만 들어줘요

나는요 없는 말을 있는 것처럼 말하지 않고 입도 무거운 사람


바다 위를 혼자 걷는 나를 상상해 봐요

자꾸 웃을래요 그렇게

이번에는 새벽부터 무서워질지도 몰라요

아직도 내 말이 말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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