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없이 한 번에 쓰는 글
엉켜버린 목걸이를 풀며 나는 생각해 다 풀고 나면 다시 묶어버릴까
침대 위에서는 풀고 싶지 않아서 가지고 나와 버렸어 침자국이 묻은 베개가 나를 자꾸 노려보는 거 있지
삶을 잘 살기 위해서 세 가지의 일이 필요하대
발을 움직이지 않는 일 입을 움직이지 않는 일 그리고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는 일
이렇게 지하철에 앉아 목걸이를 푸는 일에만 집중하며 세 가지를 동시에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니?
입꼬리를 씰룩거리는 사람들과는 달라 나는 샤워를 할 때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 머리가 다 마르기 전까지는 눈썹을 다듬지 않는 사람 눈썹을 다듬는 일은 머리를 말리는 일보다 재미있으니까
너도 한 번 해 볼래? 당장 가방을 열고 네가 가진 물건들을 묶어봐
나무로 된 칫솔과 머플러와 라텍스 장갑을 묶고 구레나룻과 피아노 악보와 작년에 본 영화 티켓을 한데 묶어 누구든 목걸이가 될 수 있어 목걸이가 되는 일도 푸는 일도 묶는 일도 주저하지 마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움직인 게 언제인지 기억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눈앞에서 칫솔을 휘둘러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사람들에게 눈길도 주지 마 그들은 머리에 물기가 마르기도 전에 눈썹을 밀어도 입도 뻥끗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야
제법 매듭을 잘 묶는 모양이네 너도 나처럼 선물을 포장하는 일이 취미겠구나 받은 선물을 뜯지 않고 베개 밑에 넣어두는 것도 취미겠구나
목걸이는 너를 위해 묶어둘게 알고 있겠지만 목에 걸어서는 안 돼 그러면 다시 풀 수도 묶을 수도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