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음흉한 속을 들여다봐도 될까. 이건 물음이 아니라 결론이야.
나보다 늦게 태어났으면서 가진 건 왜 더 많은 거야.
웃으려고 힘주지 않아도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았어.
내가 모르는 걸 너는 알고 있겠지. 네가 뭘 알고 있는지 말해. 아니, 내가 뭘 모르고 있는지 어서 말해.
피자집 사장님은 내 안에 파괴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말했어.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과 내장이 녹아내리는 세월을 견딜 단단한 무언가가 나한테 있다고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일러주었어. 그게 나한테 정말 있긴 한 걸까. 이것도 물음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
둥그렇고 넓적하게 살아왔다고 다 피자가 되는 건 아니잖아. 왜 나한테 하필이면 그런 말을 했을까 나는 피자도 아닌데.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나는 피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피클만큼도 없어.
그냥 다시 태어날까 봐. 너보다 빨리 눈을 뜬 게 문제였어. 아무도 바라보지 않을 때 걸음마를 떼버리면 다시 걷지 못하는 척을 할 수도 없는 거니까. 나에게 연기력은 주어지지 않았어.
언제는 내 말이 다 맞다며. 등을 돌리지 마. 이건 협박이 아니라 부탁이야.
나보다 늦게 태어난 주제에 말 한마디 들어줄 수는 있잖아. 너에게는 자식도 많고 웃음도 많고 심지어 피자집 사장님 없이도 피자를 만들 줄 알잖아.
너의 주위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궁금해. 피자를 준비하지도 않았는데 둥그렇게 둘러앉는 사람들 넓적한 테이블 위에 올라가 매주 춤을 추는 사람들.
언젠가는 너의 음흉함을 알아내고 말 거야. 너를 팔등분으로 잘라 한 조각씩 천천히 맛볼 거야. 이건 음모가 아니라 음미야.
그러니 나를 좀 일으켜. 누워 있는 나의 팔을 붙잡고 네가 좀 올려봐. 너는 나보다 늦게 태어난 데다 팔근육도 더 크잖아.
어서 나를 좀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