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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란 Feb 12. 2024

떨어지는 아이들

퇴고 없이 한 번에 쓰는 글

똑같은 옷을 입자. 우리는 한 팀이잖아.

이건 좀 징그러운데?

뱀 같다, 뱀.

괜찮아, 다 똑같아.

내 모습 좀 봐. 완전 웃기지.

나는 검은색 옷을 입고 싶었는데.

그러면 팀이 아니잖아. 통일해야지.

다 똑같아졌어.

진짜 누가 누군지 모르겠네.


앞으로 갈 수가 없어.

우리 너무 붙어 있다.

좀 비켜.

네가 먼저 비켜야 내가 비키지.

너무 가깝다. 이러다 다 같이 떨어질지도 몰라.

나를 잡지 말고 쟤를 잡아. 나는 네 편이잖아.

비슷하게 생겨서 나도 모르게 잡아버렸어.

우리랑 다른 사람을 떨어뜨려야지. 그러려고 옷도 맞춘 거잖아.

내가 너인 줄 알았어.


어, 바닥이 뚫린다.

흔들거리기 시작했어.

엄청 위태로운데, 이거.

빨리 피해야 돼.

어디로? 어디로?

나를 따라와, 다른 데 보지 말고.

거기가 아니야. 엉뚱한 사람이 아니라 같은 옷을 보라고.

뱀이 너무 많단 말이야.


내가 보고 있는 게 나인 줄 알았는데 너였어. 똑같이 생겨서.

그러게 너의 등을 잘 보라고 했잖아.

다른 곳에 한눈 팔리지 말았어야지.

나 이대로 끝난 거야?

끝났네.

끝났지.

처음부터 다시 할까?

아냐, 그게 우리의 최선이었어.

이 정도면 많이 했지.

그래, 그럼 그만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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