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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란 Feb 13. 2024

나는 모든 짐승

퇴고 없이 한 번에 쓰는 글

날개는 접기 위해 존재합니다

목줄은 왜 네 발 달린 것들에게만 허락된 것입니까 묶일 권리는 없습니까

두 발 달린 이에게 내려진 저주는 비행을 갈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모든 것에 눈길이 가지 않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콩알만 한 섬이 물 위에 드문드문 박혀 있습니다

수영장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 뒤를 쫓아오는 이를 피해 붙을 벽이 있잖아요 벽은 단단합니다

내가 밀어낸 만큼만 나를 밀고 먼저 잡아당기는 법이 없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공중으로 날아가지 않습니다

저주를 받은 이는 수영장 바닥에 웅크려 있는 이에게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아이는 연을 날리며 감개와 실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바람이 그치고 아이의 머리카락이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그런 당신을 수용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땅에 붙어 있습니다 네 발로

엎드리지 않은 이에게 호의를 베풀기란 어렵습니다

나는 모든 이의 표정을 읽지 못합니다

몸으로 말하지 말고 말로 말하십시오 그것이 일반적입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마세요 고개를

위로 든다고 목의 주름이 펴지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언덕을 마주하면 전속력으로 기어가고 싶습니다 당신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해한 것을 이해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아무것도 이해한 적 없으니

날개는 처음부터 뽐내기 위해 존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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