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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란 Feb 15. 2024

외부음식 반입지금

퇴고 없이 한 번에 쓰는 글

한참을 기다렸잖아요 멀지도 않은 곳에 있었으면서 척을 해요

다 보았죠 내 어깨가 들썩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기 전에 숨을 고르는 모습도

그런 줄도 모르고 가방을 닫으려고 했네요 내가 만든 칵테일을 너에게 줄 수 있어서 기뻐요 못 먹는 게 없는 사람은 너밖에 없거든요

들개를 데리고 오세요 들개가 없다면

순한 후추라도 괜찮아요 얌전하게 이곳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뭐든 오케이예요 함부로

내 볼을 터치하지만 않는다면 나는 너에게 맛있는 칵테일을 한 잔 대접할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다들 어디 숨어 있다가 나오는 거예요

차라리 침이라도 뱉지 그랬어요 내 어깨가 마르지 않게 멀리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면 애써 덤덤하고 느릿하게 몸을 일으키지만 사실은 신이 난다고요

이제 와 갑자기 나타나면 나는 너무 놀라서 칵테일이 담긴 잔을 엎어버릴지도 몰라

카펫 위에 쏟아도 오늘은 넘어갈래요 옆 방에서는 개가 짖지만 우리는 안전해요


그거 알아요 마른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추위를 많이 탄대요 볼에 땀이 흘러내려도 오늘은 눈을 감아요

오늘 같은 날은 좀처럼 오지 않아요 눈치 게임이었다면 너희들 모두 내가 주는 칵테일을 원샷해야 됐어요

재료는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유리잔만큼은 예전 모습 그대로예요 가끔씩 혼자서 깨지는 점만 빼면 꽤나 좋은 녀석이에요

이제는 버려야 할 때지만 하루만 더

내가 만든 칵테일을 마셔보세요 볼에 흐르는 땀을 닦지 않아도 돼요 카펫에 떨어져도 오늘은 화를 내지 않을게요 오늘은 너희들이 개처럼 짖어도 나의 눈을 감을게요 춥지도 숨지도 않는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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