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없이 한 번에 쓰는 글
내가 죽으면 어디에 숨어 있을래 마지막 말은 정하는 게 아니랬지만
동굴을 보면 들어가고 싶어져 구멍은 하나가 아니라 항상 두 개잖아
한쪽이 막힌 구멍이 있다면 나는 그걸 집이라고 부를래
껍질이 있고 몸이 있는 게 아니라 몸이 있고 껍질이 들러붙는 것이야
사람은 모두 등에 껍질을 달고 살아가 다만 아무도 신경 쓰기 귀찮은 것뿐 천장을 바라본 채
누워 있는 연인을 두고 모텔 속으로 걸어가는 저 둘을 봐 언제든지 서로의 껍질 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어
동굴 끝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옷을 벗고 춤을 추고 아직도 집으로 가는 길을 헤매는 사람은 취객으로 자라나고
함부로 정하지 마 할머니가 둘이 돼도 집을 나간 삼촌이 갑자기 돌아와도 굳어버려서는 안 돼
갈 때 가더라도 껍질은 두고 가 몸이 가벼우면 입은 무거워지는 법
미안하지 않을수록 더 미안하다고 하는 버릇
굳어버린 껍질을 향해 네가 눈을 감을 때 나는 어디를 보고 있어야 하니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걸 가족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 껍질 없이도 살 수 있는 생물은 없어
동굴은 따뜻하고 불이 피어오르고 모두 먹고 마시고 서로가 귀찮고 귀찮지 않고
새로운 껍질이 굴러들어 온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