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풀리의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지난 2024년 12월, 대한민국의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우리 사회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급속한 인구 구조의 변화와는 별개로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을 위해 호텔 조식을 먹는다는 노령의 여배우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우리나라에 명품 브랜드들을 들여 온 1세대 바이어의 유튜브 채널이 큰 인기를 끄는 이유가 다름아닌 나이답지 않아서라니 말이다. 클레어 풀리의 소설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이미영 옮김, 책깃, 2025)은 이런 고정관념에 유쾌하게 딴지를 건다 .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필요할 때마다 등장해 무한한 능력을 발휘하는 대프니는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다. 15년 동안 칩거한 이후 사회에 재등장한 미모의 할머니라니... 한편 커리어를 이어가는 내내 끊임없이 업계에서 한자리 잡으려 애를 썼으나 특별한 자취를 남기지 못한 단역 배우 아트는 분명 그 자리에 있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존재감을 잃은 노인의 모습이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을 한 곳에 모이게 한 것은 지역 의회의 지원을 받은 주민센터 사교클럽이다. 두 딸이 대학에 진학한 이후 남편과 둘만 남은 집에서 빈둥지 증후군과 함께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리디아는 집 밖에서 자신의 인생을 찾고자 한다. 지역 의회의 예산을 받아 사교 클럽을 운영하는 일자리를 얻어낸 그녀는 광고를 보고 모인 각양각색의 회원들의 모습에 난감함을 느낀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만 확인하고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으며 돌아서려던 첫모임에서 회의실의 천장이 무너져내리고 회원 중 한사람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면서 사교 클럽은 곧바로 존폐 위기를 겪게 된다. 이런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게 바로 연륜이 아니겠는가. 모임의 운영방식에 자신의 고집을 내세울 뿐이던 모두는(물론 죽은 회원을 제외하고) 곧바로 복지관을 구하고 사교 클럽을 계속하기 위해 저마다의 역할을 해내기 시작한다. 이들과 함께 미혼부인 고등학교 졸업반 지기와 말을 하지 않는 다섯살 소년 럭키까지 힘을 모아 독특한 하모니를 이루는 이야기는 때로 신랄하고 아프지만 유쾌하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