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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Aug 04. 2019

68.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을 가다

칠레-아타카마 사막


아리카를 출발한 버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으로 진입했다.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도 23세의 젊은 시절 모터사이클을 타고 아타카마 사막을 여행하였는데 우리는 체 게바라가 여행을 했던 반대방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버스에는 보따리 짐을 들고 탄 원주민들과 유럽에서 온 배낭여행자들이 대부분이다. 


아타카마(Atacama) 사막은 칠레 북부 안데스 산맥과 칠레 해안 산맥 사이를 동서 폭 약 30km, 남북으로 약 1000km에 걸쳐 길게 뻗어 있는 사막이다. ‘버려진 땅’이란 뜻을 가진 ‘Atacama’ 사막은 연간 강수량이 겨우 10mm 이내로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하기로 악명이 높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의 티버 두나이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사막의 초건조 조건이 적어도 2000만 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한다. 그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이 사막에 캠프를 설치하고 5일 간만 지내면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그만큼 건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타카마 사막에는 인간이 측정한 이래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이 존재한다고 한다. 에든버러대학 연구자들은 지난 12만 년 동안 한 번도 물이 흐르지 않은 건조한 강바닥을 발견했다고 한다. 때문에 NASA의 과학자들은 이 불모의 땅을 화성의 모델로 사용하여 화성 탐사 로봇 등을 시험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건조한 사막이 생길까요?” 

“글쎄, 과학자가 아닌 내가 알 수 없지만 이 지역에 화산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땅속이 뜨거워서 땅 위도 뜨겁다 이거죠?” 

“그렇지. 이곳엔 미생물조차도 살기 어렵다는 군.” 

“그런 엉터리 이론이 어디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요?” 

“하하하. 아타카마 사막은 사람이 거의 살지 못하는데 오아시스가 있는 일부 지역에만 사람이 살고 있다는군.” 


화성의 지질을 닮았다는 지구 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


과학자들은 아타카마 토양에 생명체가 없는 것으로 보고한 바 있는데, 최근 애리조나 과학자들은 아타카마 사막의 지하에 미생물이 숨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과학자들은 해발 0미터에서 4500미터까지 200킬로미터를 따라가며 토양의 샘플을 채취하여 멸균된 물을 넣고 배양을 하여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처럼 미생물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사막에서 인간의 존재는 더욱 고귀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거의 살 수 없는 아타카마 사막을 아내와 둘이서만 여행하다 보니 아내가 더욱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늘 옆에 있으면 서로가 귀한 줄을 모른다. 한동안 떨어져 있거나 이렇게 천혜의 오지를 둘이서만 여행을 하다 보면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알게 된다. 


사막의 밤은 춥다. 해발 2000미터를 전후한 고지대의 사막은 일교차가 극심하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로 가는 길에는 검문검색을 유난히 많았다. 검문을 할 때 밖으로 가끔 나가면 추웠다. 그런데 이번 검문소에서는 승객의 짐을 전부 꺼내놓고 검색을 했다. 이 검문소에서 우리는 아리카에서 샀던 과일을 몽땅 압수당하고 말았다. 


“당신네 나라에서 돈을 주고 산 과일인데 왜 압수를 하지요?” 

“다 먹고 갈 수는 있지만 휴대하고 들어가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군요.” 

"어쨌든 농산물 반입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옛 볼리비아 영토였던 이 지역은 태평양 전쟁으로 칠레가 점유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볼리비아 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왕래가 잦아 콜레라 균등 세균이 묻어올까 봐 과일은 물론, 고기 등의 식품도 일체 반입이 안 된다고 버스 차장이 설명했다. 아내는 빼앗긴 과일이 아까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억울하지만 도리가 없었다. 야밤중에 과일을 다 먹어치울 수도 없고….      


버스는 밤새 사막을 달려갔다. 달리는 버스에서 비몽사몽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여명이 밝아지자 보이는 건 여전히 모래사막뿐이다. 모래사막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암석이 마치 어느 혹성에 온 느낌을 주었다. 아타카마 사막은 토질이 화성과 비슷하다고 한다. 풀 한 포기 없는 질산 토양의 언덕과 사막이 무덤처럼 펼쳐져 있다. 버스 차장이 아침식사라고 하면서 빵과 물을 한 병씩 나누어 주었다. 


어느 혹성에 있는 느낌이 드는 아타카마 사막


“오메, 아까운 거. 이 빵에 과일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아요.” 

"아리카에서 과일을 너무 많이 산다 했더니만., 아깝지만 별 수 없지 않소?"


아내는 간식을 먹으면서도 어젯밤 뺏긴 과일이 내내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빵을 씹으며 창밖을 내다보는데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의 고원에 홀연히 녹색의 도시가 나타났다. 아타카마 사막 위에 세워진 오아시스의 도시 칼라마이다. 사막 하루 종일 건조한 황량한 사막만 보다가 초록빛을 보니 너무 아름답고 반가웠다. 생명체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도시 칼라마(Calama)는 아타카마 사막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다. 이 지방은 기원전 1만 2000년 전부터 아타카메뇨(Atacameno)라고 하는 부족이 정착하여 토기, 직물 등 아타카마 문화를 형성했다는 유서 깊은 곳이다. 그러나 이들은 14세기 잉카족의 세력에 굴복하고, 잉카인들은 자신들이 만든 ‘잉카의 길’을 따라 침입해온 스페인의 페드로 델 발디비아 장군에게 아무런 저항도 없이 굴복하고 만다.


칼라마 인근에는 세계 최대 노천 구리광산인 추키카마타(Chuquicamata)가 있다. 해발 고도 3,000m에 위치한 노천광산은 마치 원형경기장처럼 계단식 채굴장을 만들어 가며 원석을 채취한다. 다이너마이트를 폭발하여 굴착해낸 원석을 대형 트럭들이 마치 빈대처럼 원향 계단을 돌아 광물 분쇄 공장으로 운반한다. 트럭이 빈대처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채굴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키카마타는 지역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구리로 이루어진 산이라고 한다. 

추키카마타 구리광산(사진: 엔사이클로피디아)


이 구리광산은 칠레 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는 하루치의 빵을 얻기 위해 일을 하다가 죽어간 이름 없는 원주민들이 숱하게 묻혀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체 게바라는 아타카마 사막을 여행을 하다가 고장 난 모터사이클을 버리고 이 지역을 걸어서 여행을 하며 추키카마타 광부들을 만났다. 그가 한 여행은 낮에는 살인적인 햇볕으로 뜨겁고, 밤에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걸어간 무전여행이었다. 세기의 영웅적인 게릴라 혁명가답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죽어간 그의 여행도 과히 ‘영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체 게바라의 8개월 동안의 남미 여행은 그가 의학도의 길을 포기하고 혁명가의 길로 나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의 여행기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보듯 추키카마타 광산 노동자의 삶은 그가 혁명가의 길을 가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지역은 정말 ‘영웅적’인 행동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나 찾아가는 지구상의 오지다. 사막만을 찾아서 마라톤을 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역시 영웅심리가 발동하여 사막에서 마라톤을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오지를 찾아 여행하고 있는 나 역시 내 안에 잠재하고 있는 1퍼센트의 영웅심리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초로의 나이에 아픈 아내와 함께 마치 극기 훈련을 하듯 지구상의 오지를 찾아가는 가장 어리석은 여행자라는 생각도 든다. 


칼라마에서 아침을 맞이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난 후, 버스는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을 다시 달려갔다. 너무나 건조한 기후라서 손바닥이 다 갈라질 정도다. 사막으로 이어진 미로 같은 외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은 사막의 길을 모래 먼지로 뒤덮어 버리고 만다. 그 먼지바람 속에 어렴풋이 푸른색들이 가물가물 나타났다. 


“우와! 저기, 파란 나무가 보여요!” 

“오! 저기가 바로 오아시스 마을 산 페드로 에 아타카마!” 


오아시스 마을 산 페드로 에 아타카마


가까이 다가갈수록 푸른색의 나무들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이 마을이야말로 진짜 오아시스처럼 보였다. 황량한 사막만 달려오다가 초록으로 둘러싸인 오아시스 마을을 보게 되니 목이 더 타오르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빨리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저절로 일어났다.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오아시스를 발견하고 마음이 조급해져 달려가다가 지쳐서 도착하기 직전에 오아시스를 바라보며 숨을 거두기도 하는 모양이다. 마침내… 우리는 지구 상에 마지막 남은 오아시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 도착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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