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생명을 죽이는 의료대란

가족을 통째로 무너뜨리는 또 다른 대란, 간병비

by 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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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외면한 고통은

언젠가 모두의 몫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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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생명을 죽이는 의료대란,

가족을 파산시키는 또 다른 대란, 간병비



의료대란, 이대로 좋은가?


병원 복도는 늘 사람들로 가득하다.

환자의 신음, 보호자의 한숨, 그리고 바쁘게 오가는 간호사들의 발걸음이 뒤섞여 하나의 소음처럼 울린다. 그 소리 속에서 나는 늘 같은 질문을 되뇐다.


“이대로 괜찮은가?”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정작 인간의 삶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의료대란이라는 말은 이제 신문 속 기사나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가정의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얼마 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본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중증 환자가 실려왔지만 담당 의사가 없어 수술이 지연됐다. 기다림은 길어졌고, 보호자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의사가 없어 수술이 불가합니다. 다른 병원으로 옮기셔야 합니다.”


담당 간호사의 말은 단호했다.

그 순간, 나를 비롯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는 충격에 빠졌다.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이 이제는 생명을 구하지 못할 만큼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 속 활자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런 상황은 나만의 경험이 아니다. 산부인과나 소아과는 이미 지방에서 자취를 감췄고, 중환자실의 의사 부족은 환자를 떠돌게 만든다. 환자는 병상을 찾아 전국을 헤매야 하고, 가족은 병원 문 앞에서 애가 타도록 발을 동동 구른다. 얼마 전 아내의 친구 남편도 낙상으로 크게 다쳤지만 상급병원 응급실은 그를 거절했고, 허술한 일반병원 응급실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간병비, 가족을 무너뜨리는 또 다른 대란


의료대란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간병비는 가족의 삶 자체를 위협한다. 내 옆 병실에는 70대 노모를 돌보는 아들이 있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1년째 간병에 매달렸다. 한 달에 400만 원을 훌쩍 넘는 간병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집을 팔았다.


“어머니는 살려야 하는데… 저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의 말은 내 마음을 후벼 팠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환자가 되고, 언젠가는 환자를 돌보아야 할 존재다. 그런데 왜 사회는 그 필연을 개인의 짐으로만 떠넘기는가? 왜 환자의 눈물과 보호자의 절망을 ‘당연한 가족의 의무’라는 말 한마디로 덮어버리는가?


간병비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점점 올라갔다. 간병센터에 전화를 하면 “와상환자입니까? 기저귀는 갈아야 합니까? 몸무게는 얼마나 나갑니까? 치매 환자입니까? 의식은 있습니까?” 등등의 질문이 이어지고, 환자의 중증 정도에 따라 간병비는 치솟는다. 아내의 경우는 하루 24시간 간병비가 20만 원까지 올라갔다.


나는 오늘도 아내의 손을 잡으며 다짐한다. 끝까지 곁을 지키겠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목 놓아 외치고 싶다.

“사랑만으로는 간병을 버틸 수 없습니다. 제도가, 사회가, 국가가 함께해야 합니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1.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전면 확대

- 현재 일부 국공립병원과 대형병원에서만 시행 중. 전체 병상의 20%도 되지 않음.

- 일본은 이미 “24시간 간호·간병 통합체계”를 제도화.

- 한국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전면 확대해야 한다.


2. 1인실·2인실 병실료 보험 적용

- 한국은 4인실 이상만 보험 적용.

- 미국·독일은 기본 병실료 전액 보험 보장. 독일은 “의학적 필요에 따른 개인실 입원 전액 공적 지원” 원칙.

- 한국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3. 가족 간병비 지원 제도

- 한국: 가족이 직장을 포기해도 아무런 사회적 보상 없음.

- 영국: ‘Carer’s Allowance’(돌봄 수당) 제도 운영.

- 프랑스: ‘간병 휴가제’로 가족이 직장을 유지하면서 환자 돌봄 가능.

- 한국도 가족의 희생을 ‘의무’가 아닌 ‘사회적 가치’로 인정해야 한다.




� 병원비·간병비 외의 비용 부담


○ 이송비

-사설 구급차: 기본 75,000원 + 1,300원/km (심야할증 20%)

-휠체어 택시(예: 파파모빌리티): 2시간 이용 80,000원

○ 복지용구

-전동침대, 휠체어, 보행기, 욕창방지 매트리스, 이동변기, 안전손잡이 등

일부만 보험 적용, 다수는 본인 부담

소모품

-기저귀, 패드, 요실금 팬티, 미끄럼방지 양말 등

-매달 수십만 원 소요




사회와 국가, 그리고 병원과 의사에게 던지는 경고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자랑한다. 그러나 정작 환자와 가족은 의료대란과 간병비 파산 앞에 무너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 시스템이 국민을 지켜내지 못하는 구조적 실패다.

국가가 의료를 방치한다면, 환자는 늘어나고 돌봄은 무너질 것이다. 사회는 더 깊은 양극화로 치닫고, 가정은 ‘간병 파산’이라는 비극에 쓰러져 갈 것이다.


병원과 의사에게도 경고한다. 국민의 신뢰는 기술이나 장비에서 오지 않는다. 환자의 생명과 가족의 삶을 지켜내려는 진정성 있는 제도 개선의 노력에서 온다. 의료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그 소명을 잃는다면, 아무리 최신 기술을 자랑해도 그 가치는 빛을 잃는다.


나는 오늘도 아내의 손을 잡는다.

차가운 손끝을 어루만지며 다짐한다. 끝까지 곁을 지키겠다고.

그러나 동시에 마음속 깊이 외친다.


“사랑만으로는 간병을 버틸 수 없습니다. 제도가, 사회가, 국가가 함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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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은 나를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나를 다시 세웠다.

사랑이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이제는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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