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전해주는
제목 : 사골국과 대파의 사랑
나는 2남2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하나님을 믿는 아버지는 교회에서 어머니를 만났고 결혼하여 슬하에 2남2녀를 낳았다. 어머니가 첫 아들을 낳고 둘째 아들을 낳았을 때는 여자로서 역할을 이미 다한 상태였다. 그 후로 딸 하나를 더 낳았다. 이에 아버지는 딸 하나로는 너무 외롭다 하여 한명 더 나아야한다는 신념하에 나는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딸을 사랑했던 아버지 덕분이었다.
나와 큰오빠는 13살차이, 작은오빠는 8살차이, 언니는 3살 차이다. 큰오빠는 내가 초등학생 때 대학생이었다는 사실, 물론 30대가 지난 이후는 같이 늙어가는걸로 생각한다. 큰오빠와 작은 오빠는 대학생들이니 집에 없었고, 언니는 멋내고 친구들 만나러 연애하러 다녔다. 결국 집에는 나 혼자였다.
평소 정신적인 피로가 많은 어머니는 집안일을 많이 시켰다. 하루에 온 집안을 쓸고 닦기 3번, 빨래하러 냇가에 갈 때도 짐은 내가 다 들고, 저녁 5시가 되면 밥하러 집에 들어가야했다. 명절이 되면 결혼한 오빠들에게 주어야 할 전과 김치 등을 어머니를 도와 7일이 넘도록 준비했다. 그동안 언니는 집에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친구들 만나러 연애하러 나갔다. 나는 마음이 약해 엄마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항상 어쩔 수 없이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억울하게 생각될 때가 많다.
이는 성격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언니는 자신의 성향을 정확히 주장했고 나는 흐지부지 넘어가는 약한 스타일이었다. 그렇기에 언니는 항상 도망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고 나는 효도를 한다는 미명하에 나를 스스로 감옥에 넣은 것 같다. 이는 누구의 탓은 아닐텐데 가끔 엄마는 왜 나한테만 일을 시켰을까 하는 후회도 있고 언니는 왜 맨날 도망나갔을까 하고 생각한다. 요즘은 언니한테 아이 뭐야 언니 그 때 왜 밖으로만 돌아다닌거야. 나 진짜 힘들었다고 이렇게 투정을 부린다.
하지만 이제 언니와 내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 직장이 집 멀리로 오게 되고 언니는 집 근처에 직장과 집이 있다. 언니는 엄마가 치매가 온 뒤로 엄마를 전적으로 8년간 집에서 모시다가 이제 요양원으로 옮긴지 얼마 안 되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엄마와 언니는 서로 주장이 쎄서 많이 싸웠는데 현재는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집에서 치매 환자를 데리고 있는 것은 지옥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 치매 환자의 이러저러한 행동이 왜 일어나는지 이유를 알 수 없고 잠을 자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기이한 행동이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들은 이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으로 모시자 했지만 언니는 엄마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어디로 보내면 엄마가 잘못 될 것 같은 생각에 선뜻 보내지 못했다. 나는 2주에 한번씩 주말에 내려가 언니를 도와주었다. 하지만 언니가 받는 힘듦에 비교할 수 없다.
언니와 나는 인생은 비례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인생 초반에는 봄봄이 네가 엄마를, 인생 후반에는 언니가 엄마를 보호하고 있구나. 너도 많이 힘들었겠다. 나는 집에서 멀리 떠나 살기를 소망했다. 왜냐하면 더 이상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산에 가서 왕모기에 뜯겨가며 밭일을 하던지, 거머리에 다리살을 물려 피가 나면서 허리가 부러지도록 논일을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나도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예전에는 내가 음식을 만들어주고 언니에게 전해주었는데 이제는 언니가 엄마 대신에 김치도 담궈주고 여러가지 음식들을 챙겨준다. 어제 시골에서 올라오면서 또 한 보따리를 싣고 왔다. 참기름과 들기름, 대파 한봉다리와 몇날 몇일을 고왔을 사골국이다. 사골국은 뼈를 깨끗하게 씻어서 하루 이상을 불을 때고 팔팔 끓여 하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끓여야 하는 정성이 담긴 요리다. 내가 사골국은 끓여보았기에 그 정성을 알 수 있다.
언니가 정성스레 만든 사골국은 아이들과 가족 모두가 건강히 잘 먹고 있다. 먹을 때마다 언니를 생각한다. 밤새 피곤한데 우리 가족을 위해 졸음을 쫓아가며 만들었을 것이다. 고맙다. 언니야. 잘 먹을게. 사랑한데이
그리고 언니가 전해준 대파는 윗집과 아래집에 나누어 먹었다. 언니가 준 정성을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언니가 준 대파와 사랑의 사골국은 우리가족과 이웃집에 또 다른 나눔으로 전해졌다. 사랑은 돌고 도는 것이다. 아이들도 서로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며 살면 좋겠다. 여러분은 이번 명절에 어떤 사랑과 나눔을 하고 계시나요? 옛 명절의 추억이 있다면 떠올려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내일부터 또 다른 출근의 시작이네요. 추억을 계단삼아 다시 시작입니다. 힘찬 내일의 시작을 위해 이제 잘 시간이에요~ 까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