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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영입니다 Jan 11. 2019

AgileFest 회고, 그 네 번째

까먹기 전에 쓰는 행사 후기

이 전까지 쓴 회고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pubjinson/64

https://brunch.co.kr/@pubjinson/65



드. 디. 어 기대하던 행사 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정식 프로그램은 6시 시작이고 행사장(에어비앤비를 통해 상암 근처의 집 한 채를 빌렸다)은 3시부터 오픈이었다. 사실 이 날 내가 느낀 점에 대해서는 이미 페이스북에 올렸고 많은 분들이 보셨으며, 또 몇몇 분들은 그 의견이 회자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얼마만큼 솔직하게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느낀 감정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이야기하긴 싫지만, 내 생각보다 너무 여러 차례 이 이야기가 언급돼서 어떤 사람은 불편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해한다. 그래서 이전에 창준님께 배운(?) 3Fs 방법으로 첫날 행사장의 모습과 내가 느낀 것 등을 정리해볼까 한다. 


Fact : 

- 행사를 위해 (숙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집 한 채를 빌렸다. 

- 공식 프로그램은 6시부터 시작이었다.

- 행사장은 3시부터 입실이 가능했다.

- 행사 당일 하루 월차를 낸 참가자들이 있었다.

- 행사 전 자봉단이 먼저 모여 회의를 진행할 것이라 기대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건 fact인지, feeling인지 헷갈림)

- 3시 반쯤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참가자들이 이미 여러분 있었다.

- 자봉단끼리도 실제로 그날 처음 만났다.

- 참가자들은 계속 오는데 자봉단은 대부분 장을 보러 가서 오지 못하고 있었다.

- 여러 사람이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불편한 표정을 분들도 보였다.

- 기록팀에서 논의한 대로, 디스코드를 통해 현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날짜별로 체크인을 남기고자 설명드렸다. 

- 참가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자봉단도 조금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체크인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다.

- 장을 보러 갔던 자봉단이 도착하고 사람들도 많아져 더욱 어수선해졌다.

-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공지가 되지 못했다.

- 애자일 축제의 기본 골격을 LETS Conference로 정했다.

  https://youtu.be/SWiBTX2SXo8

-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을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 투표는 좋다, 싫다, 견딜만하다 세 가지로 할 수 있었다.

- 투표를 하고 논의를 하는 과정이 길게 진행됐다.

- 공식 행사는 9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8시에 퇴실했다.

- 가까운 서교동에서 친한 개발자들과 술을 여러 잔 했다.

(가급적 사실만을 적으려고 했으나 사실에도 감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극히 내 관점에서 일어난 사실들이다.)


Feeling : 처음 행사장으로 갈 때는 기대와 불안함이 공존했다. 공식행사 전에 자봉단끼리 먼저 인사를 나누고 그날 행사에 대한 회의를 진행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봉단도 도착 시간이 각각 달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을 보러 가야 한다고 했다. 다른 행사에서도 자봉으로 혹은 운영진으로 활동해본 적이 있지만, 이번 행사는 자봉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내가 무얼 해야 할지, 무얼 하지 말아야 할지 좀 혼란스러웠다. 그렇지만 행사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은 편이었고, 무엇이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착했을 때 이미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어색해서 그쪽에 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자봉 회의 때 인사를 나눴던(목소리로...) 몇몇 분들과 실제로 만나 반가웠고 또 잠깐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한 마음도 들었다. 

심리적 안전요원의 복장 구입이 불가능하여 대영님과 이름표에 우리만 빨간 스티커를 붙여서 표시하고 공지를 하자고 이야기했는데, 초반에만 공지가 되고 나중에 온 분들에게는 제대로 이야기 전달이 안 됐던 것 같다. 특히 기록팀에서 날짜별로 체크인 채널을 만들어 각자 영상이나 텍스트로 소개를 하고 행사에 기대하는 점이나 Lets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하자고 했는데, 몇몇 분에게는 전달하였지만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오고, 아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어수선해지고 정신없는 와중에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사람이 많아지고 방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거실에 가방과 외투 등이 마구 쌓이게 되어 나중에 온 사람들은 앉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냥 방하나를 정해서 옮겨두고 싶었는데, 그런 일 하나까지도 투표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또 할 사람을 정하고 투표를 하고 논의를 하고... 너무 억지스럽고 불편했다. 나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자봉의 역할에서 기존의 내 생각과 이 행사에서 바라는 점 사이에 괴리가 느껴져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이 계속되면서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하고 행사가 실망스러웠다.

결국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것은 몇몇 사람일수밖에 없는데, 그냥 확~ 주도적으로 진행하면 될 것을 애써 혼란함마저 애자일이라며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으려고 하는 것도 불편했고, 그럼에도 결국 몇몇 사람이 이끌어가게 되는 상황도 불편했다. 아니 어쩌면 이때는 그냥 이미 너무 불편해서 모든 것들이 다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원망의 대상이 필요했다는 생각도 든다.

몇몇 분이 자봉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 하는 것이 느껴졌는데 도저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껴져 공식 행사가 끝나기 훨씬 전인 8시, 실제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려고 하는 그 찰나에 대영님께 양해를 구하고 일찍 자리를 떴다. 

변정훈 님과 박용권 님을 만나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내가 느낀 불편함과 실망감, 혼란을 토로했다. 술도 많이 마셨다. 내가 실망한 것이 행사인지 나인지... 불편했던 것이 그 자리의 사람들인지 혼란함인지 어쩔 줄 몰라하는 나였는지... 여러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Finding : 애자일은 나랑 안 맞아.



잠드는 순간까지도 내일 행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몇 시에 가야 불편하지 않게 있을 수 있을지, 내일까지도 일찍 나올 거라면 꼭 가야 하는 것일지,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술을 마셔서인지 잠은 참 잘 잤다.


그렇게 불편함과 혼란만을 느꼈던 행사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는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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