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돌 Apr 28. 2020

몸의 생명력을 향상시켜라

임신을 위한 난임 상식과 비상식 - 요네야마 아키코

임신을 위한 노력 중 가장 처음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본인 스스로가 난임임을 인정하는 일이다. 난임 병원에 다니면서도 이 부분에 대한 정리가 없으면 치료 과정이 힘들 수 있다. 임신하기 위해 이런저런 치료를 받고 노력하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불임이 아니고 난임이며 목표는 아이를 만나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니 길게 보면 지금의 상황은 그저 어려움일 뿐이지만, 그 터널을 지나는 당사자에게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큰 벽일 수 있다.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인공수정과 시험관 사이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어 전보다는 마음이 많이 열려있다. 그래서인지 전에는 잘 읽지 않던 건강 서적까지 찬찬히 읽게 되었다. 건강에 관한 기본적인 상식과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들이 있으니 그동안 책으로 임신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지는 않았다. 새로운 관심 분야가 생기면 책부터 찾아보는 평소의 습관과 정반대의 행동을 한 건, 아직도 마음속에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남아있었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몸을 돌보고 글을 쓰다 보니 의료서적으로 분류되는 책들도 궁금해졌다. 역설적이게도 임신에 관한 노력의 끝에서야 임신 관련 책을 만나게 됐다. 




여러 권의 책을 들춰본 결과, 그동안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나름대로 쌓아온 지식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음을 확인했다. 너무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스트레스가 될까 꺼렸는데 막상 읽어보니 아주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대신 생각보다 마음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주로 찾는 병원은 서양의학에 기반을 둔 곳들이지만, 나는 동양의학의 원리와 기법들을 믿는 편이다. 최근에 읽은 <임신을 위한 난임 상식과 비상식>은 일본의 침구사인 요네야마 아키코의 책으로 침과 뜸을 통해 많은 난임 여성들을 치료한 경험과 본인의 논리를 정리한 책이다. 동양의학에서 다루는 용어가 많지만, 쉽게 구성되어 있어 읽기에도 편하고 부담스럽지 않다.


몸과 마음이 긴장된 상태이거나 신기(생명력)가 허약하다면 굳게 닫혀버린다. 이것이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착상 장애라고 보는 것이 동양의학적 견해다.
아기를 갖기 위해서는 신체 토대의 힘이 있어야 하고, 기의 울체(스트레스 상태)가 없는 느긋하고 의연한 심신이 필요하다.


동양의학 용어 설명에 이어 작가가 주로 강조한 것은 '전체 과정이 순조롭게 작동'하는 것이다. 지엽적인 문제가 없다면 여성의 신체가 이완된 상태여야 자연스러운 임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기의 순환'이 이 책에서도 중요한 부분으로 언급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생명력에 관한 부분이었다. 작가는 임신을 '충실한 신체의 토대 위에 안정된 심신이 합쳐져 하나의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그 생명이 모체에 부드럽게 받아들여짐으로써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부모의 생명력이 아이를 만들고, 충만한 생명력을 10개월간 잘 전달해 주어야 무르익은 과일이 꼭지에서 툭 떨어지듯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방법의 서양의학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몸의 임신 가능성을 북돋우는 병행 작전
서양의학적 방법이나 동양의학적 방법 중 한 가지에만 얽매이지 말고 유연한 자세로 아기를 만나기 위한 시간을 보내라


물리적인 요소로 임신은 한 번의 배란, 한 번의 수정, 한 번의 착상이 있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임신 이후 10개월간 아이를 품고 출산 후에는 건강하게 키워낼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어느 한쪽의 방법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서양의학과 몸 전체를 다스리는 동양의학을 병행하는 체계적인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건강한 몸을 만들고 임신의 확률을 높이는 것에 가치를 두라고 말한다. 과배란의 후유증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전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다. 어렵게 임신을 하더라도 잘 지켜내지 못하면 더 큰 아픔을 겪을 수도 있으니 반드시 병행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정자와 난자의 성공적인 결합이 곧 임신이다. 임신을 괜히 사랑의 결실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의 만남이 새로운 생명력을 탄생시키고 10개월간 엄마의 기운을 받아 세상에 나오는 것이 임신이고 출산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내 몸의 생명력을 충만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책에서는 뜸 외에도 숙면과 걷기, 간식 삼가기 등을 추천한다. 또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욕망을 버리라고 조언하다. 자신이 지닌 토대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보고, 신체의 토대를 굳건하게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자꾸 머릿속을 맴돈 노랫말이 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 노사연 '만남'


그저 우연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바램을 담은 만남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오장육부, 간기울결 같은 용어나 뜸 시술 같은 실질적인 내용도 담고 있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자세히 읽고 얻을 수 있는 팁이 많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 몸의 생명력'과 '잘 무르익은 열매처럼 툭 떨어지는 아이'라는 비유였다. 나의 몸과 마음이 충만하지 않으면 임신도 출산도 힘든일이다. 최대한 나를 받아들이고 몸 전체가 잘 돌아가게 만드는 노력이 지금의 최선이다. 생명력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나에게도 속이 꽉 찬 열매가 맺기를 기다려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태교 여행지는 고민할 필요 없겠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