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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돌 Sep 15. 2020

자전거 타는 법 가르치려면

강철 체력을 만들어 놔야겠어

아파트 단지에 자전거 타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제 막 자전거를 배워 비틀비틀 바퀴를 굴리는 아이부터 묘기에 가까운 신공을 선보이며 앞바퀴를 드는 아이까지. 나름의 방식으로 에너지를 해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 체감상 뿐 아니라 실제로도 자전거 판매율이 전분기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어디든 다닐 수 있던 시절에 자전거는 다양한 놀이 수단 중 하나였지만, 코로나 시대의 자전거는 유용한 이동수단이자 운동 수단으로 그 의미가 커진 듯하다. 


아이들 못지않게 눈에 띈 것은 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부모들이었다. 넘어지거나 부딪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보는 부모도 있고, 잘 타고 있는 아이 뒤를 킥보드로 쫓아가며 더 신나 하는 부모도 있다. 행여나 아빠가 자전거 안장에서 손을 떼지는 않았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는 아이. 원피스 자락을 날리며 자신의 뒤를 쫓는 엄마를 돌아보고는, 까르르 웃으며 더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는 아이. 레벨은 다르지만, 아이도 부모도 모두 즐거워 보인다.


돌아보니 나도 엄마 아빠에게 자전거를 배웠다. 심지어 엄마는 자전거를 못 탄다. 아빠가 오빠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나는 어깨너머로 오빠가 타는 모습을 보며 흉내 냈다. 엄마 역시 아빠를 보며 따라 했다. 아마 오빠가 다 배우고 나면, 아빠가 나를 직접 가르칠 계획이었을 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엄마한테서 자전거를 배웠다. 엄마는 자전거를 타지도, 가르치치도 못하지만, 그저 뒤에서 의자를 잡고 쫓아다녔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나는 안정감을 느끼며 페달을 굴릴 수 있게 됐다.


아이를 기다리는 연수가 차다 보니, 내 마음속 아이도 자라고 있는 걸까. 신생아나 꼬꼬마들만 보이던 몇 년 전과 달리 이제는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는 아이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마흔전에 학부모 되기는 글렀다며 자조적으로 웃었지만 산술적으로 계산해봐도 아이가 초등학생이면 우리 부부는 오십. 그때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며 지치지 않으려면 보통 체력으로는 안될 일이겠구나 싶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처럼, 지난 시간에 연연하지 말고 강철 체력을 기르는데 주력해야겠다. 자전거를 못 타는데 자전거를 가르쳐준 나의 엄마처럼,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터다. 자전거 타는 법 가르치기뿐 아니라, 자전거 사줄 일도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그건 너무 앞선 걱정이고. 최대한 지치지 않고 자전거 안장을 잡아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 오늘도 요가와 유산소 운동에 시간을 쏟아야겠다. 체력을 비축하는 건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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