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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chalna
Nov 09. 2021
살쪄도 귀엽거든!
#무례함을 #막아내는 #주문
다이어트에 엄청나게 집착했던 적이 있다.
한 때의 나는 나 자신이 엄청나게 뚱뚱하다고 생각해서, 늘 몸무게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눈앞이 핑 돌정도로 굶어보기도 하고, 홈트레이닝을 한다며 방 안에서 쿵쾅대기도 했다.
이상적인 몸매의 연예인으로 휴대폰 배경화면을 설정해두기도 하고, 나는 배고프지 않다, 배고프지 않다 하며 나를 속인 적도 많았다.
그렇다. 어리석게도 나는 나 자신을 전혀 사랑하지 못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해 쉽게 말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
요즘에야,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불과 2-3년 전만 해도, 너 좀 살쪘다는 둥, 덩치가 크다는 둥, 푸짐해서 보기 좋다는 둥(놀랍게도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관심과 호의를 가장한 참견과 무례함이 나를 많이도 흔들었다.
내 살집에 치킨 한 마리 보태준 적도 없으면서도 사람들은 쉽게도 이런 말을 했다.
무심히 말을 던졌던 그 사람들이 내가 상처 받을 걸 몰랐을까? 난 솔직히 미필적 고의라고 생각한다.
아마, 나 같은 경험과 상처가 있는 사람은 정말 많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이런 얘기를 할 때면 난 늘 더 속상해진다.
선생님, 쟤가 저한테 돼지라고 했어요!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했어요! 하는 말을 들을 때면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로 감싸게 되는 것이었다.
누가 그랬어 누가!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선생님 저 너무 뚱뚱한 것 같아요, 돼지인 것 같아요 하는 한숨 섞인 고민들.
다이어트할 거라며 안 그래도 적은 급식을 덜어내는 모습이나
자신은 너무 퉁퉁하다며 셀카에 스티커를 붙여 얼굴을 가려대는 행동도
심지어 서로의 외모를 평가하며 비아냥을 주고받는 아이들을 보면, 참담한 기분까지 되었다.
매년,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나는 아이들에게 교과서 같은 말들은 반복했다.
얘들아, 외모는 우리가 노력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건 무례한 일이에요. 하고.
하지만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무례한 행동들이 사라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외모와 상관없이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의미 없는 외침 같았달까.
어떻게 하면 너희가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너희가 가진 가치는 외모와는 무관하다고 알려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무례한 말들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나 자신도 나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나 자신도, 무례한 평가를 일삼는 사람들에게,
우아하면서도 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도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그런데 최근에 나는, 아이들로부터 대단히 멋진 대처법을 전수받았다.
인권 관련 수업을 하며, 인권 보호의 의미를 담은 티셔츠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티셔츠가 제법 다채롭다.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친구를 그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표현한 것도 있다.
모두 다 하나같이 품이 커다란 티셔츠를 입고 통통거리며 복도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인상
적이
었다.
"선생님, 이것 보세요!"
"오? 이리 와 봐. 넌 뭐 그렸는지 보자."
냉큼 뒤로 돌아 등을 보여주는 J였다. 그림을 보자마자, 나는 미친 듯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살쪄도 귀엽거든!
'살쪄도 귀엽거든!'
아이들 글씨로 쓴 간단한 문장이었다.
게다가, 함께 그려진 그림 역시 일품이었다. 수줍게 뺨을 붉힌 귀여운 캐릭터가, 통통한 자신의 뱃살을 내려다보며 흐뭇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심플한 메시지가 너무 유쾌하면서도, 통쾌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사실 J는 종종, 자신의 살집이나 덩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울적해하는 아이였는데
그런 J가 당당하게 이런 선언을 하다니. 온 마음을 담아 손뼉 쳐 주었다.
비록 내가 살이 조금 쪘을지 몰라도 난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그러니 함부로 내 몸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고.
강하지 않으면서도 위트 있게 외치는 J의 그림이, 그 생각과 마음이 너무 기특했다.
아마 J는 살이 쪄 속상하기는 했어도, 그래도 여전히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리라.
살 조금 쪘다고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지도, 부족한 인간이라고 낙담하지도 않으리라.
세상의 수많은 무례한 말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J가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와 대박이다! 선생님도 이렇게 말해야겠다! 하니 킥킥킥 웃고는 얼마든지 가져다 쓰란다.
혹시, 외모에 대한 상처와 타인의 무례함으로 상처 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외쳐보는 것도 좋겠다.
살쪄도 귀엽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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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30대의 ‘나’ 찾기 & 작고 안온한 교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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