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덕목 9. 미묘한 아득함
그 어른의 삶은 언제까지 계속되나요?
탈없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던 어느 날,
무단히 틈새로 파고든 생각에 아득해졌다.
언제까지 살아야 하지?
어른의 덕목 9. 미묘한 아득함
그러니까 언제까지 어른의 삶이 계속되는 걸까.
다들 한 번쯤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나?
있다면 그게 언제였는지
혹은 얼마나 자주였는지
어떻게 해소했는지 궁금하다.
어릴 때는 지금의 이 상황이 지속되리라 생각하기 어렵다.
나는 인생을 작은 단위, 단위로 끊어 살아온 기분이 든다.
초등학교땐 중학교 갈 때까지.
고3땐 수능 끝날 때까지.
대학땐 취업할 때까지.
목표지점이 분명했기 때문에 너무 멀다라던지, 지겹다던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더군다나 그때는 내가 큰다고 생각했지 늙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루고
큰 이변이 없는 한 내 인생이 요런 식으로 흘러가며 늙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피곤해졌다.
끝이 없는 달리기를 시작한 느낌이랄까?
아득하다.
더 이상 큰 목표도, 뜨거운 열정도 없고
특별히 재밌거나 특별히 기쁜 일도 없다.
어느 날 벼락같은 변화가 있는 인생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죽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늙는 게 싫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끝지점이 분명하지 않으면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삶이 좀 지겹달까. 걱정스럽달까.
살아야 할 날이 지나치게 많이 남아서 멀미가 나는 느낌. 되게 미묘하게 아득하고 혼란스럽다.
음. 이건 나만 느끼는 걸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