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처음으로 세분화된 교과 과목을 만난다.
봄, 여름, 하던 통합교과가 사회, 과학, 음악 하는 식으로 심화되는 것이다.
또 보통 처음으로, 담임선생님 말고 교과 전담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올해 나를 처음 만난 우리 학교 3학년들에게 나는 언제나 '음악 선생님'이다.
고학년들이야, 우리 학교에서 꽤 오래 근무한 내가 작년엔 다른 학년 담임이었다는 걸 알지만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일수록 현재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것이 강한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작은 영혼들한테 나는, 음악만! 가르쳐주는 선생님인 것이다.
병가를 내신 한 선생님을 대신하여 3학년 교실에 보결수업을 들어갔을 때였다.
마침 사회 시간이어서, 아이들에게 사회책을 꺼내게 하는 차였다.
"선생님 사회 해봤어요?"
뒤에서 J의 큰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음악 선생님인 당신이 사회를 가르칠 수 있겠느냐
하는 걱정과 의구심인 것이었다. 미심쩍어하는 눈초리와, 마지못해 사회책을 꺼내는 손끝이 압권이었다.
나도 모르게 뭐어? 하하하하하하하 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 너희들보다 많이 해봤을꺼얼?"
빙글빙글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얘네가 무슨 걱정을 하는 건가, 참 귀엽기도 해라.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그런데 J를 다시 보았더니, 아까보다 더욱 강한 의구심을 가진 표정이 아닌가.
아니 선생님, 지금 우리가 하는 사회공부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렇게 대충 말한단 말이오, 하는 강한 의구심.
대답 없이 나를 쳐다보는 동그란 눈 때문인지, 문득 깊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거 쉽게 넘어갔다간 사회 수업은 할 줄 모르는 교사로 판명날 판이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식은땀이 나는 듯도 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쌓은 신뢰인데 똑바로 대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본 적이 많이 있어요. 오랜만이지만 최선을 다해볼게요."
내 딴에는 진지한 말투로 J의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J는 그제야 사회책을 펼치는 게 아닌가. 그래 당신, 어찌하는지 지켜보겠어, 하는 표정으로.
생각해보면, 그 아이들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수도 있는 일이겠다. 우리 선생님하고 열심히 공부하던 거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음악 선생님이 들어온다? 뭐지, 싶은 거다. 당연히 나의 전문성에 물음표를 표시할 수밖에.
그 수업 내내 나는, 어찌나 열정적으로 '고장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는지
끝나고 나니 배가 다 고팠다. 눈이 따끔거리고 긴장이 탁 풀렸다.
아무렴, 고객님들께 전문성이 의심당하는 순간인데, 열심히 증명할 수밖에.
언제나 생각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어린 손님들은 참으로 똑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