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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윤 Aug 05. 2024

원정 수영기

#수영일기

수영장에서 만난 친구를 '수친'이라고 부르던데

나에게도 수친이 생겼다.


수친은 나보다 어린 친구였고

나보다 일주일정도 늦게 들어왔는데

고맙게도 말을 먼저 걸어주었다.


진도 따라가기도 힘든데

거기에 물공포증까지 있어

고생했다는 수친이었는데

어느 순간 나보다 발차기도 더 잘하고 호흡도 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자유수영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나에게도 괜찮으면 같이 가보자는 권유에

'이 몸뚱이로 여성전용도 아니고 다른 곳에 가도

괜찮을까'라는 자신감 떨어지는 생각부터 들었지만

강습 때만 수영을 하다 보니 연습이 부족하다고 느낀 터라

한참 고민하다 그래도 혼자 가는 것보단 용기가 생겨

수찬과 날을 잡고 원정수영을 떠나기로 했다.




드디어 수친을 만나 새로운 수영장에 첫발을 들였을 때

지금의 수영장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수영장과 많은 사람들을 보자 어리바리해졌다.


무엇보다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 많았다는 게 놀라웠다.

건강 챙기시기 위해 많이들 오셨다는 게

그에 비해 한참 젊은 내가 더 나태하게 몸관리했던 것 같아 부끄러웠다.


큰 덩치가 참 부끄러웠지만

나에게 관심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리용어 중에 '스포트라이트 효과'가 떠올랐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

나는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느낌.


가 얼마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왔는지를

느끼며 반성했달까.


모두들 각자 자기 루틴에 맞춰 수영하시기 바쁘셨다.


처음엔 0.9m 정도 되는 곳에서 몸 띄우기부터 하며

호흡연습을 하다가 기초 레인으로 옮겼는데


강습받는 수영장 깊이보다 확실히 깊으니

더 긴장되기는 했다.

몸을 잘 띄울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띄워보는데

몸이 뜨는데 다니던 수영장에서 뜰 때와 느낌이 너무 달랐다

정말 붕 떠 있는 느낌..?!


잠시였지만 해방감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닿는 것 하나 없이 물안에 나만 온전히 떠 있는 기분은

꽤나 좋았다.


그렇게 발차기연습도 하고 그러고 있는데

수친이 같은 레인의 여성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여성분 자유형을 꽤나 잘하셔서

보면서 '얼마나 배우셨을까'하고 궁금해하던 찰나였는데

수친과의 대화를 통해 배운 지 한 달 반 되었다는 걸 듣고

충격을 받아버렸다.


인생에 비교를 하면 그때부터 망한다는데

그때 나는 잠시 망했다.


그분뿐만 아니라 잠시 대화를 나눈 60대 중 후반

되어 보이시는 어머님도 배영을 하시던데

여기 와서 수영 잘하시는 분께 배워하고 계시는 거라고 하셨다.


정말.. 솔직히 많이 충격받았달까.

나 자신에게 조금 화도 나고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왜 강습까지 받는 나는 이러는지..!!!'


온갖 생각에 휩싸이며 50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수친과 가볍게 수영 후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장마가 끝나고 엄청난 무더위가 시작되었지만

맑은 날씨에 한참 가라앉아있던 기분이 좀 올라왔다.


'나는 나대로 속도가 있겠지.

 내가 지금은 잘 못하고 감 안 잡히는 걸 어쩌겠어

 그래도 계속하면 된다..!'


그래, 하다 보면 언젠간 되겠지..!


다짐했다.

그래 남들보다 늦어도 기어코 수영을 해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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