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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윤 Aug 12. 2024

키트 속 선명한 두 줄.

#수영일기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교정을 받으면서 수영하지만 슬프게도 내 실력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제발 한 호흡이라도 하면서

 자유형 연속동작 좀 했으면 좋겠다.'


내가 정녕 무리한 바람을 바라는 걸까

한 번을 하는 게 렇게나 어려운 거라니.


같이 배우는 수영동지들에 비해 자꾸 쳐지

그 와중에 진도는 나아가니 미칠 지경이다.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 이야기 떠올랐다.

마음속엔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 두 늑대가 사는데

먹이를 더 주는 쪽이 다는 이야기.


내 마음속은 분명 나쁜 늑대가 살이 포동포동 르고

착한 늑대가 구석에 웅크리고 누워 가끔 들어오는 먹이를 재빨리 먹기 위해 눈치만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서 더 나쁜 생각을 해, 넌 안될 거라고

 나에게 먹이를 더 던지라고.'

나쁜 늑대는 나를 자꾸만 자극하고 있었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이

애매하게 가라앉는 것도 아니고 떠있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

수영장에서도 인생에도

참 애매하게 떠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

갑자기 다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렇게 뭘 해도 안돼. 의지만으로 되는 건 없구나.'


이상하리만큼 오늘은 유독

그냥 털고 시 힘내자며 나를 다독일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내 기분은 자꾸만 가라앉았다.


종종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을 받으면 

몸으로 티가나 아플 때가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는 저녁부터 몸살감기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수영 때 물을 하도 먹어 매운 줄 알았던

코와 목도 나아질 줄을 몰랐다.


약까지 챙겨 먹고 잤지만

자고 나니 상태는 더 안 좋아졌다.

몸 한번 뒤척이고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혹시.. 설마..'

최근 들어 코로나가 재유행이라는 뉴스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서둘러 마스크를 챙겨 착용하고 방문을 닫았다.



'설마 그냥 단순 감기몸살이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 하지 않았나.

엄마가 사다주신 키트 속 선명한 두 줄이

내 두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나는 세 번째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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