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의 뒷자리에 몸을 굽히고 머리를 들이미는 순간 싸구려 포마드 냄새가 머리를 아찔하게 했다. 회사 택시인데 운전기사님은 어디를 다녀온 걸까? 아니면 나른할 수 있는 오후에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해 스킨로션범벅을 한 걸까? 택시에서 맡게 되는 담배냄새도 싫지만 이것도 참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이건 전조에 불과했으니...
"기사님, 도곡동 944번지 찍고 가주세요"라고 하니 돌아온 대답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투로) "내비게이션 없어요. 어디로 갈 건지 말로 알려주세요."
(젠장, 내가 아는 길이면 주소를 찍어서 가자고 하겠나, 이 냥반아)
"네, 그러면 제가 알려드릴 테니 일단 직진하고 계세요. 두 번째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셔야 해요"
그런데 기사는 척도 안 하고 좌측 차선으로 이동 중이었다.
"기사님, 조금 더 직진하다가 우회전할 거예요"
"네, 도곡동이니까 좌회전하는 건데요?"
"아니 제 내비게이션에 직진하다가 우회전하라고 나오잖아요. 우회전이라는데 왜 좌회전을 하려고 하나요?"
"아니... 도곡동이라고 하니 그러잖아요"
(도대체 말이 안 통하는데 귀까지 어두운 이 분은 왜 이렇게 노년에 사람들을 괴롭혀가면서 회사차를 몰아야 하는가)
좌회전이 아니라 우회전이라고 두 번을 고함치듯 이야기하고 나서야 우회전을 했는데.
"이 골목길로 500미터쯤 쭈욱 가서 세워주세요"
(100미터쯤 가서)"여기서 좌회전 하나요?"
"좌회전하라고 한 적 없어요. 400미터 남았으니 더 직진하세요."
(200미터쯤 가서) "여기서 좌회전하나요?"
이쯤 되면 이 운전기사는 오늘은 좌회전만 하려고 일터로 온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거짓말 같지만 이분의 행동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