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보다 너희들이 더 보고 싶었어
모처럼 일찍 귀가한, 귀하디 귀한 평일 한가한 오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가까운 양재천으로 산책을 나갔다. 강하지 않은 햇빛이 무성하게 자란 수풀을 보드랍게 어루만지고 나서는 살랑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태양은 아파트 옥상에 걸려서 그 존재감을 알렸고 하늘은 그 푸르름이 더 진한 채도로 변해갔다. 이글거리는 여름의 성가신 날파리도 없고 기온은 쾌청 그 자체였다. 호흡기 질환이 전 세계를 강타하지만 내 몸으로 들어오는 깨끗한 공기가 내 영혼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듯했다.
[역광사진은 빛의 컨트라스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좋다.]
[햇살이 풀꽃과 밀회중인 듯]
[세상 만물이 순하게 보이는 해지기 직전의 모습은 참 평화롭다]
[봄꽃보다 너희들이 더 보고싶었어! - 가슴이 뭉클합니다. 선생님들 중 브런치 작가가 한 분 계시나봐요]
강남구 공무원들이 열심히 만든 작품이다. 양재천의 윗길과 아랫길을 나누어 한 방향으로만 다닐 수 있게 하고 있다. 서로 마주 칠일을 줄이고 사회적 거리를 지키면서 산책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홍보물이 플래카드나 바닥 알림판이 설치된 지 거의 한 달이 지났다. 처음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이드를 준수하고 있다. 물론 열에 한두 명은 문맹자 코스프레를 하지만 항상 반대로 걷거나 멀쩡하게 부착된 안내표지를 못 보는 부류는 그 정도 존재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실내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산책로는 평소와 비교해 보행자 수가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조심스러운 산책길을 함께 해준 아내와 해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잠시 벤치에 앉을 수 있게 해 준 신문지와 맛있었던 꽈배기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모두가 무탈하고 평온한 여름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