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님들! 3주 만에 돌아온 북이슬입니다!소설과 에세이, 실용서를 각각 한 종씩 마감하고 왔는데요...지난 3주간 제 일상을 잠깐 묘사해 보자면,
'A 1교 보면서 B 2교 보다가 C 3교 보다가 C 표지 문구 짜다가 B 보도자료 만들다가 A 디자인 의뢰서 쓰다가 마케터랑 A 굿즈 논의하다가 디자이너와 B 시안 이야기하다가 편집장님께 C 진행상황 보고하다가 ABCBCABCA위아래위위아래... A가 C인지 C가 B인지 나는 누군지...'
예. 엉망진창이었습니다.
편집자 생활 10년 만에, 세 권 연속 마감은 처음 해봤는데 두 번은 절대 못 할 것 같아요!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정신 나간 일정을 잡은 건 아니고...
4월 달에 출간 예정으로 잡아둔 A 원고가 있었습니다.
그 전의 마감은 1월이었으니, 세 달의 텀을 둔 거였죠.
그런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1월 마감과 거의 동시에 새로운 원고를 기획부터 계약까지 한 번에 하게 됐습니다...(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시의성 있는 원고였고 한창 화제가 되는 소재였기에 빠르게 출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마침 작가님께서도 원고가 거의 준비되어 있던 상태라, 3월 마지막 주에 출간하기로 이야기가 되었죠.
이렇게 3월 말, 4월 초라는 두 권의 일정이 잡혔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뭐, 세 달간 찬찬히 준비하면 되니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중간에 끼어든 C.
외국 실용서로, 해외 제작 도서였는데(*아트북, 팝업북, 일부 실용서 등 제작 난이도가 높은 외서는 각 나라의 번역 파일을 모두 한데 모아 한 인쇄소에서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러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퀄리티가 보장되고, 원저작자가 정확한 제작 부수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 세계 동시 제작 후, 보통 배로 국내까지 들여오기 때문에 마감 후 입고까지 2~3달이 소요됩니다.) 저희 출판사에서 쭉 맡던 시리즈라 안 할 수가 없는 책이었습니다... 문제는 3월에야 외서 데이터(원고)를 받았는데, 4월 첫 주까지 다 마무리해서 넘기라는 말도 안 되는 일정이었습니다.
300p 가까이 되는 외서를, 번역만 해도 세 달은 걸리겠구만 번역, 교정, 편집까지 3주 안에 끝내라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서부터 살짝 정신줄을 놓았습니다. :)
저 외국노무새키들이 갑이고 제가 을인데 뭐... 까라면 까야죠... 급하게 번역가를 섭외하고, 긴급의뢰인지라 번역비도 되게 많이 드리고... 번역가님이랑 주말이고 뭐고 없이 계속 소통하면서 일하고... 덕분에 워라밸 따윈 없는 긴박한 3주를 보냈답니다. 후후.
아무튼. 두 권은 끝냈고 한 권은 확인이 살짝 늦어지는 게 있어서 인쇄는 못 넣었지만... 거의 끝난 상황!
무사히 미션을 마쳤답니다! 후후!
그 와중에 파주엔 벚꽃이 만개해서 싱숭생숭...
근데 만개한 그 주에 사흘 연속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꽃놀이를 가려면 4월 1일, 2일밖에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술도 못 먹고 이러다 미쳐버릴 것 같아서 꽃놀이를 스윽 다녀왔습죠... 네네. 물론 노트북 들고.ㅋㅋㅋ
봄이어따... 또르르...
벚꽃은 예쁘더군요... 벚나무 밑에 돗자리 깔아놓고 치맥하면 그곳이 천국이었을 텐데, 당연히 못 했습니다.1년을 또 기다려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살짝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엊그제 파김치를 담갔답니다.
왜냐하면 파김치에 소주 한잔하면 기가 막히거든요...
오늘 대충 다 마무리하고 꼭 마감주를 마시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명이랄까요...
쪽파는 반으로 잘라 멸치액젓에 푹 재웁니다. 왜냐면 너무 길어서 나중에 먹을 때 불편하거든요. 전 미리 자릅니다.
아니 근데... 액젓 다 쓴 줄 알고 멸치액젓을 새로 사왔는데 참치액젓 새거가 있더라구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반반씩 섞어서 숨을 죽여봅니다. 마감이 이렇게 정신을 오락가락하게 합니다.
쪽파가 코코 자는 동안 일반 고춧가루, 청양 고춧가루, 주당이라면 다 구비해두는 갈아만든 배 그리고 간마늘을 3:3:1:1의 비율로 잘 섞어줍니다. 그리고 쪽파 숨 죽일 때 썼던 액젓을, 됨직한 정도로 같이 섞어줍니다.
맵찔이라 청양 고춧가루는 잘 안 넣는데, 이번엔 특별히 넣어봤습니다. 왜냐하면 쌓인 게 많아서요......... 매운 거 싹 다 먹어버릴 테다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날 가져요 파김치...!
이제 잘 머무려 냉장고에 넣어두면 끝!(전 덜 익힌 파김치를 선호해서 밖에 내놓지 않습니다. 익은 게 좋다면 상온에 하루이틀 두면 됩니다)
아니 근데 제가 퇴근할 때 뭘 까먹었지... 뭔가 찝찝한데... 뭐지... 계속 고민했거든요?
그것은 바로 수육용 고기였습니다...^^
파김치까지 담가놓고 고기를 까먹다니 이런 멍청이.........................